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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 연출 이응복 백상훈 제작 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사전제작과 복합 장르물의 성공 가능성을 스스로 입증했고, 차후 중국 자본 유입에 따른 제작환경의 변화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는 단순히 드라마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또 앞으로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 위험부담 컸던 사전제작,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
사전제작은 모든 드라마 업계 종사자들이 그토록 원했던 환경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마지막까지 살려낼 수 있고,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한 편의 영화를 찍듯이 오로지 연기에 집중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장점이 많지만,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본이었다. PPL(간접광고) 등 광고 유입이 어려워 쉬이 시도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동안 생방송에 가까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 드라마들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밖에도 초반 인기 몰이에 실패할 경우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사전제작은 적지 않은 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사전제작이 쉽게 이뤄질 수 없었다. '비천무'(SBS, 2008), '로드넘버원'(2010, MBC) 등 일부 드라마들이 제작되긴 했지만,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유독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 올해, 그 첫 스타트를 끊었던 '태양의 후예'는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화려한 라인업 때문만이 아니라,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동시 방송되는 등 처음 시도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기대반 우려반의 상황에서 '태양의 후예'는 보란듯이 성공을 거뒀고, 이제는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 사례로 두고 두고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곧 방송을 앞두고 있는 사전제작 드라마들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상승시켰다.
◆ 블록버스터에 의학+로맨스 버무린 의외의 조합
'태양의 후예'는 겉으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다. 해외에 파병을 나간 유시진(송중기) 대위와 서대영(진구) 상사가 속한 특수부대 알파팀이 움직이면 총알과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이 그려진다. 이들이 만든 액션 장면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로맨스에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감정을 한층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남성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는 부수 효과까지 발생시키며 시청률 상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의학 드라마의 옷도 입었다. 의학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장르로, 성공 가능성이 꽤 높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려는 긴박함은 물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각종 전문 용어들은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당초 국제의료구호단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던 '태양의 후예'였던만큼 의학드라마 특유의 재미까지 가미하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특히 재난 현장에서 빛을 발한 의사들의 활약은 감동마저 느끼게 했다.
그래도 기본 뼈대는 로맨스다. 두 장르가 겹쳤으니 군인과 의사가 사랑하는 건 피할 수 없는 그림. 이런 뻔하고 식상한 구도는 김은숙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판타지로 재탄생했다. 전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현실에서는 나눌 일 없을 대사들을 주고 받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는 블록버스터, 메디컬, 그리고 로맨스라는 공통점 하나 없을 것 같은 장르들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 군인이 주인공이라니…군(軍) 인식마저 개선
직접 군인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 드라마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군인이 주인공인 경우는 대부분 전쟁이 소재인 시대극이거나, 주인공의 직업이 추후에 바뀌는 경우 등이다. 현재 시점에서 직업군인을 전면에 배치시켜 본격적으로 사랑 이야기를 버무린 드라마는 사실상 '태양의 후예'가 최초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그 전까지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을 군인으로 설정한다는 게 큰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그리 좋지 못한 탓도 있었다.
'태양의 후예'는 제작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맏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출발한 '태양의 후예'는 이후 김은숙 작가의 손을 거쳐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의사에서 특전사 요원으로 변했고, 이는 SBS가 편성을 거절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군인이 등장할 경우, 일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비해 제작비가 더 들어갈 수 있었고,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연출도 쉽지 않아 결론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 전역한 송중기가 군인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이같은 기우를 한 방에 날렸다. 특히 드라마와 함께 높아진 송중기의 인기는 군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꿔놓기도 했다. 이는 군대 특유의 말투인 '말입니다'가 유행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군대가 남자 스타들의 무덤이 되던 시기는 이미 지난지 오래. 오히려 군을 다녀온 스타들이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군에 입대하려는 경향이 연예계에 확산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 포스터와 현장 스틸. 사진 = 태양의 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제공]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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