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즌 초반 두산 외국인선수들을 향한 시선은 극명히 엇갈린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은 KBO리그 최고 외국인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할 기세다. 두산은 니퍼트와 보우덴만 보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반면 4번타자 닉 에반스를 향한 시선은 미묘하다. 지금까지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두산은 고작 13경기 치렀다. 131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단독선두라고 마냥 즐거워할 때가 아닌 것처럼, 외국인선수에 대한 평가를 내릴 시기 역시 아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그들이 왜 잘 나가고, 왜 주춤한 것인지를 짚어보는 작업은 필요하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경기 6승 ERA 1.41
니퍼트와 보우덴은 각각 3경기에 등판, 전부 팀 승리를 이끄는 동시에 자신도 승리투수가 됐다. 니퍼트는 3승 평균자책점 2.45, 보우덴은 3승 평균자책점 0.45다. 합계 6경기 평균자책점 1.41. 6경기 중 5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 그 중 2경기는 7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특급 퀄리티스타트.
특히 보우덴의 투구내용이 압도적이다. 20이닝 동안 단 1자책하면서 삼진 17개에 볼넷은 4개에 불과했다. 폭투는 단 2개고, 피안타율은 0.159. 심지어 아직 득점권 위기에서 단 1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니퍼트도 보우덴만큼은 아니지만, 골반과 어깨 통증으로 고생했던 지난해 초반보다 훨씬 스타트가 좋다. 최근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위력이 올 시즌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흐름.
▲타율 0.170, 득점권타율은 0.056
에반스는 시즌 초반이지만, 4번 타자로서 조금 민망한 성적이다. 타율 0.170에 홈런 1개 4타점. 심지어 득점권타율은 0.056에 불과하다. 출루율은 0.310으로 나쁘지 않지만, 그 외의 수치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에반스로선 두산 특유의 두꺼운 야수진 위력이 자신의 부진을 커버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김태형 감독도 "잘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말 외엔 되도록 언급을 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두산 내부적으로는 에반스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적어도 에반스는 2015년 잭 루츠처럼 불성실하거나 아프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현재와 미래
니퍼트는 올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의도적으로 투구 페이스를 늦게 끌어올렸다. 대신 몸 관리에 집중했다. 골반, 어깨, 서혜부 부상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한용덕 수석코치는 "니퍼트는 시범경기서 의도적으로 다 보여주지 않았다"라고 했다. 100% 힘으로 투구를 하지 않았다. 변화구도 철저히 실험의 목적으로 구사했다. 타자와 싸운다기보다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투구를 했다. 그 결과 정규시즌 개막전에 맞춰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유의 타점 높은 직구에 변화무쌍한 경기운영능력이 인상적이다. 구위로 타선을 압도하면서 각종 변화구 위력도 배가됐다. KBO리그 6년차 외국인투수답게 어지간한 국내 타자들을 요리하는 메뉴얼이 머리 속에 들어있다. 이변이 없는 한, 니퍼트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한용덕 수석코치도 "원래 수준 높은 투수"라고 했다. 굳이 터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보우덴도 미야자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점점 공이 좋아지고 있었다"라고 했다. 실제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실질적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포크볼. 타점은 그리 높지 않지만, 낙폭은 크다. 한용덕 수석코치는 "밴헤켄 포크볼과 비슷한 느낌이 있다"라고 했다. 지능적인 피칭도 돋보인다. 보우덴은 17일 삼성전서 포크볼보다는 슬라이더와 커브 비중을 높였다. (양의지의 영리한 리드 덕분이기도 했다) 물론 아직 보우덴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 타자를 압도하는 패스트볼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타자들이 좀 더 익숙해지면 반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경쟁력만으로도 충분히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제구력이 안정적이다.
에반스는 시범경기 중반 이후 간결한 스윙으로 정확한 타격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2루타와 홈런 개수를 늘려갔다. 하지만, 정규시즌 개막 후 좋은 흐름이 다시 끊겼다. 4번타자를 맡은 현실, 김현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책임감 등을 감안하면 분명 에반스는 찬스에서 장타를 터트려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KBO리그 투수에 대한 적응이 더디다. 58타석 중 삼진만 13차례 당했다. 김 감독은 "간결한 스윙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힘이 좋고 배트 스피드도 빠르다. 제대로 맞으면 담장을 넘길 수 있다"라고 했다. 정확한 타격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반스의 생존 키워드다.
[니퍼트(위), 보우덴(가운데), 에반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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