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제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순 없어요. 그래도 뭔가 좋은 점이 있다면 제가 이 일을 오래 했잖아요. 열심히 하다 보니 등대처럼 저를 비추는 때가 온 것 같아요. 제가 계속 열심히 하면 또 누군가를 비추지 않을까요.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배우들한테 그 정도 희망은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장르물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로맨스도 잘한다. 배우 이준혁이 무려 7년 만의 로맨스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로 여심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수염을 기르고, 20kg을 증량하는 등 변신도 서슴지 않았던 그다. '비밀의 숲' 서동재, '신과 함께' 박무신,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지형주, '범죄도시3' 주성철, '비질란테' 조강옥 등 수많은 캐릭터를 거쳐왔다. 그럼에도 대중은 '나의 완벽한 비서' 유은호를 그의 인생 캐릭터로 꼽는다. 왜 이제야 제대로 된 로맨스를 찍었냐는 애정 어린 원망도 함께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이준혁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작품은 일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지윤(한지민)과, 일도 완벽한 비서 은호(이준혁)의 밀착 케어 로맨스. 지난 14일 종영한 이 작품은 최종회에서 1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준혁은 극 중 지윤의 비서 유은호로 분해 안방극장에 설렘을 선사했다. 은호는 일과 육아, 살림까지 잘하는 완벽한 인물이다. "잘생겼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살을 많이 뺐어요. 두툼하면 나이가 있어 보일 수 있잖아요. 살도 빼고 마음가짐도 청량하게 하려고 했죠. 이전에는 나이 든 역할을 하려고 목소리를 바꿔야 했어요. 처음 '비밀의 숲'에서 서동재 역할을 맡았을 때 제 나이가 30대 초반이었고, 동재 나이가 지금 제 나이쯤이었을 걸요. 그때는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나이 들어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이번에는 원래 제 목소리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이준혁은 외모에 대한 칭찬에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는 "4회에 잘생겼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부담스러웠다. 외모에 대한 수식어가 붙으면 철면피를 좀 깔아야 한다. 그 순간만큼은 그걸 찍고 계시는 카메라 감독님을 보면서 서로 믿어야 한다. 아저씨들끼리 무슨 생각을 하겠나(웃음). 여러 벽을 통과해야 하는데 일이니까 서로 '그래' 하는 거다"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제 밖에 못 돌아다닐 것 같다. 시청자들이 대중 매체의 마법에 속고 계신다"면서 "사석에서 봤을 때 실망스러워도 그러려니 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지난 2018년 방영된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후 약 7년 만의 로맨스다. 그 사이 이준혁은 '비밀의 숲' '비질란테' 등 주로 장르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팬들이 보고 싶었던 건 날카로운 눈빛이 아닌 멜로 눈빛을 장착한 이준혁이었다.
그간 로맨스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준혁은 "최근에 후배들이 한 인터뷰를 보면, 로맨스를 찍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희 때는 다들 장르물을 하고 싶어 했다. 지금 제 나이가 '올드보이' 때 최민식 선배님보다 2살 많은데, 다들 최민식 선배님을 꿈꿨었다. 윗 선배들의 멋진 모습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제 취향이 비주류인 것도 있다"고 답했다.
"전 독특한 캐릭터를 좋아하는데요. 필모그래피가 다 독특하니까 안 독특하더라고요(웃음). 독특함을 찾으려면 '나의 완벽한 비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어요. 이다음에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준혁은 2007년 데뷔 후 공백이 거의 없을 정도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나의 완벽한 비서' 종영 후에도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넷플릭스 '광장', '레이디 두아', tvN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등 차기작들이 줄을 서 있다.
이준혁은 "'범죄도시3'를 하고 나서 '나의 완벽한 비서'에 캐스팅됐다. 저도 머릿속으로 '왜 이걸 보고?'라고 물음표가 뜨더라(웃음). 저를 보고 생각하시는 게 다 다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어떤 감독님은 '성격이 동재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주성철 같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라고 하신다. 제가 좀 헷갈리게 잘해놓은 것 같다. 그래서 작품도 다양하게 들어오나보다"라고 덧붙였다.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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