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하나를 맡기면 둘, 셋을 해낸다. 뮤지컬로 활동 영역을 넓힌 아이돌 중 단연 믿고 보는 실력을 지녔다. 그룹 B1A4 산들은 탄탄한 가창력과 타고난 끼로 뮤지컬배우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뮤지컬 꿈나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난 2012년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 산들은 이후 뮤지컬 ‘올슉업’, ‘신데렐라’에 출연하며 발전해 나갔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뮤지컬 ‘삼총사’ 달타냥 역을 맡았다.
뮤지컬 ‘삼총사’는 17세기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시골청년 달타냥의 사랑과, 궁정의 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 세 사람이 나누는 우정, 루이 13세를 둘러싼 파리 최고의 권력가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산들은 “첫 공연을 끝내고 나니 좀 북받쳤다. ‘삼총사’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남자들끼리의 의리가 진하게 남더라”며 “너무 즐거워서 벌써 아쉬운 공연”이라고 운을 뗐다.
산들은 이번 ‘삼총사’에서 이전 시즌과는 다른 달타냥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우리가 젊기 때문에 달타냥의 에너지를 그대로 뿜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밝힌 산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달타냥의 행동은 젊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패기이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달타냥은 어떻게든 자신의 신념과 정의를 지키려 하고 내 사랑을 지키려고 해요.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우리가 젊고 신선한 에너지를 뿜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그려지죠. 달타냥이 가벼운 캐릭터가 절대 아니에요. 밝고 명랑하게 표현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헤헤’ 하는 인물이 아니죠. 무거운 신념이 있고, 그 신념은 뚜렷해요.”
산들은 연습 전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솔직히 자신감이 넘쳤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 정도. 이는 4년 전 뮤지컬에 처음 도전할 때 주위에서 “너 ‘삼총사’ 달타냥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들은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게 아닐까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고 설렘이 컸다”며 “진짜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습을 시작한 후에는 자신만의 달타냥에 다소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초반 산들이 느끼고 정리했던 달타냥과 외국 자료를 통해 접한 달타냥의 모습이 조금 달랐던 것. 특히 산들은 싸움을 좋아하는 달타냥의 속내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러시아판 달타냥은 여자도 좋아하고, 일단 칼싸움을 무지하게 좋아해요. 싸우는 걸 정말 좋아하죠. 근데 이해를 못하겠는 거예요. ‘왜? 왜 저렇게 싸우는 게 좋은걸까?’ 하다가 ‘그래. 달타냥이면 그럴 수 있어. 싸우는 걸 좋아할 수 있지. 파리까지 올라오게 된 이유가 뭐겠어. 총사가 되고 정의롭고 명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연마한 거지. 근데 또 즐겁게 잘 하는 거니까 좋아하겠지. 그래. 좋은 캐릭터야. 녹여 보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렇게 녹이려다가 제가 무너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아, 이게 아니구나’ 생각해서 연습 중간에 좀 멘붕이 왔어죠.”
산들은 그저 보여지는 모습으로만 달타냥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고민은 당연했다. 그렇게 산들은 자신만의 달타냥을 잡아 나갔다. 촌뜨기 달타냥의 상황과 속마음까지 이해하며 산들만의 달타냥을 구축시켰다.
“뮤지컬 ‘삼총사’ 속 달타냥은 부유하게 자랄 수 없는 환경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파리에 왔을 때 모든 게 신기할 수밖에 없는 진짜 촌뜨기인 거죠. 그래서 제가 더 잘 녹일 수밖에 없고요.(웃음) 저도 지방에서 올라와서 처음에 멤버들에게 제일 많이 얘기한 게 ‘와~ 저 건물 봐라’였어요. 달타냥에게 제일 공감한 것도 그런 부분이에요. 저도 서울 와서 진짜 큰 건물들을 보면서 ‘우리 집은 이러지 않았는데. 우리 동네는 3층 건물이 전부였는데 다 높네. 와, 바로 옆에 건물이 있네. 이런 게 빌딩숲이구나’ 했어요. 그런 것들이 이해되고 너무 좋더라고요.”
달타냥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다음엔 액션이 과제였다. 액션신에서 계속 기마 자세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유자재로 칼을 다뤄야 한다. 한 번은 칼을 놓친적도 있다. 그는 “즐겁고 신나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팔에 힘이 안 들어가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며 “‘이게 뭐지?’ 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진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전 잘 하라는 말을 계속 듣고 자랐어요. 그럴 때면 ‘다 죽여버리겠어!’ 오기가 올라오죠.(웃음) 이번에도 무조건 무대에서 살아 있겠다는 마음이에요. 선배님들의 조언을 통해 마음이 정리되고 정신을 차려요, 무대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배우고요. 이렇게 계속 쌓아간다면 분명히 좋은 무대, 좋은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마음 속으로 ‘살아있자’고 다짐해요. 수시로 저한테 얘기를 많이 하는데 거울에 비친 제 눈을 보고 ‘할 수 있어?’라고 물어요. 거울 속 제가 무슨 대답을 하겠어요. 근데 그 때마다 소름끼쳐요. ‘할 수 있지’라고 답하는 것 같거든요. 그 때 정리가 돼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저한테 얘기를 하고 다짐할 수 있는 게 제가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원동력 같아요.”
한편 뮤지컬 ‘삼총사’는 오는 6월 26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산들.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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