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꿈을 이야기 한다. 마냥 꾸는 꿈이 아니다. 우리 안에 있는 심장이 뛰게 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잊지 말고 살아야할 우리 안의 꿈, 우리 안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2016년 꿈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대로 사는 공무원 선호가 1956년으로 타임슬립하여 그 시대의 예술가 이중섭, 전혜린, 박인환을 통해 가슴 속의 뜨거운 것을 발견하고 그들처럼 자신만의 세상, 꿈을 가지게 되는 작품. 타임슬립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로 사랑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연된 뮤지컬 ‘명동로망스’는 창작 뮤지컬의 장점이 돋보였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국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동시에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버무렸다. 명동 로망스 다방을 배경으로 하며 우리가 어렴풋이 예상하는 과거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 ‘명동로망스’만의 작품 색을 확고히 했다.
‘명동로망스’는 1956년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예술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현 시대에서 억압 받고 짓밟히던 시절 예술을 꿈꾸는 이들의 삶을 이야기 하니 더 흥미롭다. 실존 인물인 화가 이중섭, 작가 전혜린, 시인 박인환 등이 등장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각박한 시대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기에 이들이 노래하는 꿈은 더 뜨겁다. 꼭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아니라도 좋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내 안의 세상을 만들고 뜨겁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이야기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혹은 남의 눈이 의식되어 잊고 있던 ‘진짜 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명동로망스’는 바쁘고 힘든 사회라고 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고 사는 현재를 꼬집기도 한다. ‘근현대사엔 약해서..’라고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듯 ‘명동로망스’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역사를 모른다는 건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고 충고하며 우리가 잊고 살고, 그로 인해 잃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아무리 지친 삶이라 하더라도 포기하고, 자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 시절 우리의 조상들이 그토록 꿈꾸던 세상,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우리의 세상을 품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실례다. 극중 2016년에서 1956년으로 타임슬립한 선호가 조금씩 자신의 세상을 품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은 곧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삶에 지쳐 의지가 무너진 이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는 고마운 극이다.
‘명동로망스’는 아기자기한 배경과 조명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대 영상을 통해 표현하는 역사를 표현하고, 그 시절 예술인들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음악 역시 기교를 부리기보단 친숙하게 다가가는 쪽을 택했다. 과거 예술인들의 삶과 고뇌 속에서 현재 우리의 꿈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따뜻하게 표현해냈다.
뮤지컬 ‘명동로망스’. 공연 시간 110분. 오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문의 02-511-4676
[뮤지컬 ‘명동로망스’ 공연 이미지. 사진 = 장인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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