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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너무 걱정돼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큰 팬덤과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뮤지컬 ‘헤드윅’에 도전장을 내민 자가 있으니, 바로 가수 제이민이다. ‘삼총사’ ‘잭더리퍼’ ‘인더하이츠’ 등을 거쳐 ‘헤드윅’의 이츠학 역까지 따낸 제이민은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남다른 각오와 독기를 품었다.
이번 ‘헤드윅:뉴 메이크업’에는 조승우, 윤도현, 조정석, 변요한 등이 참여해 ‘역대급 라인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제이민 역시 부담과 걱정을 떠안게 됐으며 동시에 관객들에게 설렘과 큰 기대감을 선사했다.
제이민이 맡은 이츠학은 여자가 되고 싶고, 여자의 모습으로 노래를 하고 싶어하지만 헤드윅의 구박과 그림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불쌍한 인물이다. 불분명한 성정체성, 꿈을 이루지 못하는 좌절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연기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헤드윅’은 제가 섣불리 하면 안되는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성소수자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이런 중요한 주제를 제가 아무렇게나 하며 안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오디션 볼 때도 이런 제 마음을 말씀드리면서 ‘그러니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었어요. 이츠학이 되기 위해서 머리카락도 과감히 잘랐어요. 처음엔 미소년 이미지로 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리허설 후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츠학으로 있을 땐 훨씬 더 남자답고 거친 쪽이 설득력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번 ‘헤드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공연 마지막에 있다. 이츠학이 서럽게 엉엉 우는 장면은 관객들까지 눈물짓게 한다. 무언가에서 해방됐다는 안도감, 새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조승우 선배님이 저 우는 모습을 보시곤 ‘너 왜 그렇게 우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요. 너무나 간절하게 원했던 것을 이룬 감정에서 시작해 ‘그래도 내가 헤드윅을 두고 어떻게 가지? 나 혼자 살 수 있을까?’등의 생각이 복합적으로 들었어요. 새장에 갇혀 있던 새에게 문을 열어준다고 해서 바로 날아가지는 못하잖아요. 그것처럼 이츠학도 자신을 계속 구박했던 헤드윅과의 연결고리를 떨쳐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 임하기 전 ‘헤드윅’을 한번도 접하지 못했다는 제이민은 그 덕에 더 걱정하고 고민해야 했다. 그리고 이 불안감은 헤드윅이 해결해줬다.
“처음에는 연기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어떻게든 남자처럼 보여야 했으니까요. 어떻게든 여린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두번째 부터는 어깨에 힘이 빠졌고 긴장이 안되더라고요. 그러니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헤드윅’ 특성상 라이브로 진행되고 애드리브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좀 안절부절하게 될 때도 있었어요. 무대 위에 있어도 제 행동이나 말이 흐름에 방해가 되먼 어쩌나 싶어서요. 다행히 지금은 어색하지 않게 잘 하고 있죠.”
이어 제이민은 공연 2시간전까지만 해도 “도망가고 싶다”고 말하는 자신에게 용기와 독기를 선물한게 조승우라고도 덧붙였다.
“조승우 선배님의 애드리브를 제가 따라갈 수 있을까, 못하면 어쩌지란 생각 때문에 준비를 정말 많이 했었어요. 다행히 걱정했던 공연이 끝나고 선배님이 제 머리를 쓰윽 쓰다듬어주시면서 ‘잘 해내었어~’라고 해주시는데 너무 뿌듯했어요. 사실 첫공때 너무 불안해서 ‘나 못하겠어~ 도망갈래~’라고 칭얼대로 펑펑 울기도 했었어요. 이츠학이란 캐릭터도 잘 모르겠고, 그 전에 공연을 보지도 못했고, 현장감있게 리허설도 안해봤으니 걱정이 배가 된거죠. 그런데 조승우 선배님 응원에 갑자기 ‘내가 해내고 만다!’란 독기가 생겼어요.”
“헤드윅이 100명이라면 100가지 색깔일 것이다”라고 말한 제이민은 함께 연기하고 있는 조승우, 윤도현, 조정석 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조승우 선배님은 정말 저를 배려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너무 떨려하고 걱정하니 저를 놀라지 않게 하려고 조절을 하시더라고요. 저만 아니었으면 더 이것 저것 다양한 연기를 하셨을 거에요. 정말 재미있고 좋은 분이에요. 연습할 때도 감동이었어요. 너무 열심히 하시고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도 꼼꼼히 체크해주세요.”
‘헤드윅’이 주인공 헤드윅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작품이고, 장기간 많은 수의 마니아층을 확보했기 때문에 제이민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헤드윅’이 쌓은 공에 혹시나 누가 될까 걱정했던 것이다. 다행히 이런 모든 생각은 기우였고,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 같은 뉴페이스가 오랜 경력의 뮤지컬 배우분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불안도 있었고, 제가 안좋은 평가를 받는 것 뿐만 아니라 이 뮤지컬 자체가 팬들에게 안좋은 기억을 안겨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래서 정말 많이 노력했고, 다행히 제 진심이 전달되고 있어서 안도하고 있어요. 최근에 관객석에서 ‘제이민! 제이민!’ 외쳐주는 분들도 계셔서 너무 감사했죠. 연기에 대한 재능은 타고나지 않은 것 같아서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에요. 저는 조심씩 성장하고 있어요.”
제이민은 이번 목표를 ‘나만의 이츠학을 만드는 것’으로 정했다. 그간 정해진 캐릭터를 여러 배우가 연기했지만, 자신만의 색을 내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립하고 싶다는 말이다. 제이민은 올해 다양한 뮤지컬로 관객들을 찾아갈 계획이며 꾸준히 새 앨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사진 = SM 엔터테인먼트]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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