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고정라인업을 선호한다.
포지션 별 주전과 타순을 시즌 전 미리 구상해놓고, 시즌에 들어가면 거의 변화 없는 라인업을 선보이는 스타일이다. 두산은 기본적으로 야수 전력이 탄탄하다. 포지션 별 구멍이 거의 없다. 김 감독 스타일에 최적화된 팀이다.
올 시즌 초반 9번 타순부터 6번 타순까지는 사실상 고정적이었다. 김재호(유격수)-허경민(3루수)-정수빈(중견수)-민병헌(우익수)-닉 에반스(1루수)-양의지(포수)-오재원(2루수). 반면 7번과 8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좌익수와 지명타자(1루수) 포지션. 박건우와 정진호, 김재환이 좌익수를 놓고 다퉜다. 지명타자와 1루수를 놓고 오재일과 최주환이 경합을 벌였다.
그런데 최근 이 구도에 조금씩 균열이 보인다. 박건우가 7번 좌익수로 사실상 자리매김했다. 반면 1루수와 지명타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고정적이었던 9~6번 타순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꾸준히 일어난다. 김 감독은 고정라인업을 선호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선발라인업을 조금씩 바꾼다.
▲경쟁은 계속된다
주전들이 고정적으로 출전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경쟁은 계속된다. 최근 들어 경쟁의 틀이 변하는 모양새다. 핵심은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 김 감독은 그동안 KBO리그 첫 시즌을 맞이한 에반스에게 4번 타자를 맡기며 적응할 시간을 줬다. 그러나 에반스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김 감독의 머리 속도 복잡해지고 있다.
에반스에게 지속적으로 적응의 시간을 줘야 한다는 김 감독의 기본 입장은 변함 없다. 다만 무조건적인 4번 타순 보장은 하지 않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김 감독은 20일 수원 KT전, 24일 잠실 한화전서 에반스를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오재일, 최주환, 김재환의 화력을 활용했다. 에반스가 빠져도 두산 라인업의 무게감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에반스의 하위타순 배치도 염두에 주고 있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지명타자를 놓고 에반스, 최주환, 김재환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오재일은 주전 1루수를 굳혔다. 24일 경기서 허리 통증을 딛고 돌아오자마자 4번을 꿰찼다. 김재환은 좌익수와 지명타자, 최주환은 대타와 지명타자를 오갈 수 있다. 앞으로 이 과정에서 선발라인업이 조금씩 조정될 여지가 있다. 김 감독이 이번주부터 에반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철저한 컨디션 관리
두산은 지난해 초반에 비해 부상자가 거의 없다. 김 감독이 선발라인업을 최대한 고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금씩 기존 주전들을 적절히 선발에서 빼면서 플랜B, C를 활용하고 있다.
1군에서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프로 선수는 대부분 경미한 잔부상을 안고 뛴다. 두산 주전 야수들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치렀다. 일부는 프리미어12에도 참가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주전 야수들의 훈련량을 사실상 자율에 맡겼다. 훈련보다는 컨디셔닝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최근 6연승이 마감된 이후 주전들을 적절히 선발라인업에서 빼줬다. 양의지, 오재일, 오재원, 민병헌 대신 다른 선수들을 기용했다. 허리가 조금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절정의 타격감을 지닌 오재일을 2경기 연속 선발라인업에서 뺐다. 대신 최주환과 김재환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144경기 장기레이스를 감안, 체력안배에 집중했다. 민병헌이 24일 잠실 한화전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대신 김재환(좌익수)과 박건우(우익수), 최주환(지명타자)이 동시에 선발 출전했다. 타순도 조금씩 조정됐다.
만약 양의지, 오재일, 오재원, 민병헌 모두 한국시리즈였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선발 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44경기 장기레이스 초반이다. 승패 흑자 10개를 일찌감치 만들어내면서 여유도 있다. 장기연승이 끝나면서 주전들의 피로감이 커진 것도 감안했다. 그렇다고 해도 타격감이 좋은 주전들을 잔부상 치료와 휴식을 이유로 적절히 선발에서 제외하면서 라인업을 조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김 감독은 핵심 멤버들의 컨디션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내부 경쟁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우같은 용병술이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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