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진심을 이야기한다는 것. 무대 위 배우들에게 제일 큰 숙제다. 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이들의 진심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배우 이기섭은 이 진심을 전하기 위해 무대 위 순간들에 집중하고 있다.
이기섭이 출연중인 연극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e)은 언제나 진심만을 이야기하는 ‘Almost(올모스트)’ 마을주민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인 ‘사랑’을 만나 아홉 빛깔의 사랑 이야기를 순수하고 솔직하게 그리는 작품. 극중 이기섭은 ‘THIS HURTS’ 스티브, ‘THEY FELL’ 랜디, ‘STORY OF HOFE’ 대니 역을 맡았다.
이기섭은 “연기하는 사람들은 참 어려운 공연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커다란 사건이 있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쉬워보일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
그는 “이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 성향 자체가 다 진심을 많이 얘기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뭔가 뒤에 숨겨 놓고 그런 게 아니라 진심을 이야기 하고 순간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밝혔다.
“오로라가 뜰 때 누군가에게는 아픔, 기쁨, 고통일 수도 있어요. ‘올모스트 메인’에선 그런 것들을 거침없이 이야기 하죠. 사실 보통 우리는 그렇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고 살잖아요. 상처 받을까봐, 혹은 줄까봐 숨기고 살죠. 하지만 ‘올모스트 메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감동 받은 지점이 그런 지점이기도 하고요. ‘이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이 진심이구나’라는 마음에 더 감동 받아요. 실제로도 온 마음을 쏟지 않으면 쉽지 않더라고요. 진정성을 다해야 흥미로울 수 있죠.”
이기섭은 이번 ‘올모스트 메인’ 2차 팀에 합류했다. 이미 초연, 1차 팀 공연이 올려진 뒤 합류했기 때문에 은근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외부에서나 내부에서나 잘 해야 된다는 걱정이 있었다”며 “그런 무게감을 덜고 작품에만 몰입해서 하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어차피 비교할 사람은 할 거고, 누군가는 이런 게 좋았다고 하겠죠. 나름의 베스트를 찾아서 하고자 했어요. 그런 지점에서 단합이 되기도 했고요. 2차 팀 배우들 대부분이 원래 친분 있던 관계가 아니라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연습 들어가기 전,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프로필을 찍으며 친한척 해야 했죠.(웃음) 근데 오히려 그래서 더 빨리 편하게 친해진 것 같아요. 특히 맏형인 (김)호진 형이 큰 형 역할을 많이 해줬어요. 배우들을 아우르고 이끌어줬죠. 노력을 많이 해주셨어요. (김)남호도 ‘배우장’을 맡아 중간 역할을 잘 해줬어요. 소통할 수 있게 해주고 기운도 북돋아줬죠. 2차 팀은 단합이 장점이에요. 서로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해요.”
‘올모스트 메인’은 큰 사건이 아닌 여러 인물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누군가 죽거나 암투가 있지도 않다. 이기섭은 이런 지점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흥미를 줄지 고민했다.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심이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전해질 수 있을지 결코 쉽지 않은 고민을 했다.
“사건이 크지 않아서 흥미를 갖기가 힘들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전하고 싶었죠. 확실히 어렵다고 했던 지점들에는 진심을 온전히 다 쏟아야 했어요. 연습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고 노력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제가 연기하는 스티브, 랜디, 대니 세 인물이 정말 다 달라요. 하지만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어요. 모두 메인 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다해 그들의 고통, 아픔, 슬픔, 기쁨을 다 공감하면 됐거든요. 물론 그런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건 제가 풀어야할 부분이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기섭은 스티브, 랜디, 대니 모두에게 다르게 접근했다. ‘THIS HURTS’ 스티브는 통증을 못 느끼는 환자라 사실 가장 어렵다. 추측 가능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 그는 “실제로 추측 가능하다면 접근하기가 수월할 수 있는데 접해보지 못한 인물이고 사상 자체가 달라 추측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THEY FELL’에서는 랜디와 친구 체드가 가장 벗어나고 싶은 지점이 어떤 것일지 깊게 생각했다. “의지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체드밖에 없으니까 그런 지점들을 어떻게 하면 맞추고 좋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하면 떨쳐버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STORY OF HOFE’ 대니는 제일 공감 가는 캐릭터였다. 다들 한 번씩은 있었던 첫사랑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기 때문.
이기섭은 “떠났던 연인이 다시 돌아온 경우가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아닌 사람도 있을텐데 떠났던 호프를 무조건 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호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 친구에게 ‘너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기섭은 각기 다른 세 인물을 연기하며 매지컬 모멘트(Magical moments)를 강조하려 했다. 통증을 느껴본적 없는 스티브가 키스로 사랑을 알게 되고 통증을 느끼게 되는 순간, 하기 싫은 데이트 앞에서 비참해진 순간 친구 체드와 ‘왜 이러고 있냐’고 이야기 하다 서로에게 공감하고 함께 있고 싶어지는 순간, 매번 공감과 반응이 다르게 느껴지는 호프의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들에 집중하고 있다.
“관객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 공연을 관객 입장으로 봤을 때 느낌을 그대로 느낀다면 바랄 게 없죠. 사는데 있어서 너무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 하지 말길 바라요. 진심을 이야기 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죠. ‘올모스트 메인’을 보고 그런 마음을 안고 가면 가장 큰 감사함일 것 같아요. 그 마음 하나 안고 가시길 바라요.”
한편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오는 8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이기섭.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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