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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만약 현실에 진짜 조들호가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도 좀 살만한 세상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10일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보며 떠올린 생각이다. 그의 사이다같은 통쾌한 일침이 거듭될수록 가슴은 점점 답답해졌다. 희망의 빛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시궁창 같은 현실이 눈 앞에 아른 거렸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을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파워킹'이라는 가상의 에너지 음료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옥시 사태를 떠올렸다. 드라마에서 그려진 일련의 상황들이 현실과 꼭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한 원료로 제작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거나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는 옥시 사태는 문제 제기 후 5년여가 지난 지금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해당 회사의 불매운동까지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드라마에서 조들호는 에너지 드링크 음료를 먹고 딸이 죽었다는 한 어머니의 억울한 사연을 전해 듣고 사건을 맡기로 했다. 자칫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될 수 있어 그 역시 망설이긴 했지만 대화그룹 계열사라는 말에 두 말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변호인으로서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통쾌한 뭔가를 느끼게 했다.
조들호는 자신이 손에 놓은 비밀 장부를 토대로 이번 사건과 연루된 인물들을 찾아갔다. 먼저 그는 파워킹 관련 논문을 쓴 오민철 교수를 찾았다. 조들호는 그의 이름이 장부에 있는 것을 보고, 돈을 받고 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봤다. 절대로 증인이 될 수 없다는 교수의 말에 조들호는 정회장이 건넨 5천만원을 거론하며 그를 협박했다. 안 나오면 고소하겠다는 엄포였지만, 이게 그렇게 시원할 수 없었다.
결국 오민철 교수는 법정에 나타나 양심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다른 유사제품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3배나 높게 들어있는데도 과다 복용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고 말한 그는 "파워킹을 먹은 여고생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 뒤부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죄송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돈을 받고 옥시 쪽에 유리한 보고서를 써줬다는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수의과대 조모 교수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조들호의 최종 목표는 정회장이다. 정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조들호는 그를 찾아가 "내가 좀 까불어야지 세상이 밝아집니다. 법정에 꼭 나오셔야 할 테니 여기저기 빽 쓰고 그러지 마시라고요"라고 말했다. 분명 조들호는 이번에도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할 지 모른다. 그 어떤 난관이 와도 '또라이 정신'으로 중무장한 그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길 것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조들호의 활약을 보며 대리만족 할 것이다.
현실은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다. 관련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본사 CEO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뜻이 없어 보인다. 현실에서는 조들호처럼 이들에게 일침을 날릴 이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밀 장부를 손에 쥐고 이들을 협박할 용기를 지닌 사람도 물론 없다. 스스로를 슈퍼맨이라고 부르는 조들호.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슈퍼맨이 아니다. 조들호와 같은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다. 그런 조들호들이 많아진다면, 어쩌면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 더 살만할 지도 모른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포스터, 13회 주요 장면. 사진 = SM C&C 제공, KBS 방송 화면 캡처]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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