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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개숙인) 결정력과 ‘바이킹’ 아이슬란드의 (치명적인) 집중력이 충돌하면서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슈팅 숫자가 무려 ‘26대4’였다. 그 중 호날두가 기록한 슈팅만 10개다. 그럼에도 그의 슈팅은 단 1차례 아이슬란드 골문으로 향했다. 호날두는 경기 후 “아이슬란드가 골문 앞에 버스를 세웠다. 모든 선수가 공을 뒤로 숨겼다. 그들은 그저 수비만 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수 많은 기회를 허공으로 날린 건 바로 포르투갈과 호날두 자신이었다.
#선발 명단
페르난두 산토스 감독은 최전방 투톱에 호날두와 루이스 나니를 배치했다. 스트라이커가 아닌 윙어를 앞에 세운 사실상의 제로톱(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를 가짜 공격수로 배치하는 전술)이었다. 포메이션은 4-4-2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4-4-2는 아니었다. 중원이 상황에 따라 다이아몬드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주앙 무티뉴가 좀 더 낮은 위치에 서면서 4-1-3-2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어쨀 땐 4-2-4 같기도 했다.
공동 감독인 라르스 라거백과 하이미르 함그림손은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전방에는 장신의 골베인 시그도르손과 욘 다니 보드바르손이 나란히 섰다. 그리고 측면에는 왕성한 활동량을 갖춘 비르키르 비야르나손과 요한 베르그 구드문드손이 포진했다.
#26vs4
포르투갈과 아이슬란드의 대결은 축구에서 결정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경기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포르투갈은 추가시간까지 포함해 약 95분 동안 26차례 슈팅을 시도했다. 호날두가 10번, 나니가 5번으로 전체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하지만 상대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은 9번 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호날두의 유효슈팅은 겨우 1개였다. 사실 그것도 상대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은 완벽한 득점 기회였다. 누굴 탓하겠나.
아이슬란드 입장에선 9번도 많은 숫자다. 그들은 4개의 유효슈팅으로 1골을 만들어냈다. 엄청난 집중력이다. 4개의 슈팅이 모두 포르투갈 골문으로 향했다. 전반 3분 길피 시구르드손의 기습적인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포르투갈은 더 빨리 곤경에 빠졌을지 모른다. 포르투갈 입장에선 아이슬란드가 행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아이슬란드의 콘셉트다. 적은 기회로 골을 노리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오히려 잘못은 4번 밖에 되지 않았던 상대의 슈팅을 막지 못한 포르투갈에게 있다.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점유율을 포르투갈에게 내줬다. 성공한 패스도 141개 밖에 되지 않는다. 덕분에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같은 72%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호날두가 말한 두 줄 수비의 간격을 제법 잘 유지했다. 실점 이전까지 포르투갈은 어택킹 서드(Attacking Third) 지역에서 26번 밖에 패스를 성공하지 못했다. 그 중 아이슬란드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한 패스는 겨우 2차례였다. 물론 그 안에는 전반 21분 나니의 노마크 헤딩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포르투갈의 결정력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선제골
포르투갈이 8번째 슈팅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득점은 측면에서부터 나왔다. 우측으로 와이드하게 이동한 고메스가 비에리냐의 패스를 받아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를 나니가 밀어 넣었다. 고메스가 아이슬란드 포백 수비의 간격을 벌렸고 그 틈을 나니가 파고든 결과였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이후 18번의 슈팅이 나왔지만 포르투갈의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크게 세 가지가 문제였다. 첫째는, 투톱으로 나선 호날두와 나니가 너무 페널티박스 밖으로 겉돌았다. 나니의 선제골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문전에서 쇄도하는 움직임이 결국에는 골을 만든다. 하지만 둘은 좌우, 전후로 폭넓게 움직였다. 이것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다만 라인을 내린 아이슬란드에겐 큰 효과가 없었다. 둘째는, 호날두와 나니를 향한 창의적인 패스가 부족했다. 플레이메이커 무티뉴는 둘과 멀어져 있었고, 마리우와 고메스가 각각 5차례, 4차례 득점 기회를 창출했지만 박스 안으로 향한 건 3번 밖에 되지 않았다. 마지막은 크로스가 부정확했다. 포르투갈은 총 30차례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슈팅까지 이어진 건 5번에 불과했다. 무책임한 크로스는 공격을 허비하게 만들었다.
#후반전
후반 5분 아이슬란드의 동점골이 나왔다. 득점 장면에서 주목할 점은 시그도르손의 제공권이다. 이날 시그도르손은 공격 지역에서 무려 25차례 경합을 펼쳤다. 그리고 17번 공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포르투갈의 수비형 미드필더 다닐로 페레이라는 높이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그는 시그도르손과의 대결에서 5번 밖에 승리하지 못했다. 비야르나손의 골도 시그도르손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시드도르손이 페레이라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공을 따냈고 이것이 보드바르손과 구드문드손의 크로스를 거쳐 비야르나손의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다급해진 산토스 감독은 교체로 변화를 줬다. 무티뉴, 마리우를 빼고 헤나투 산체스, 히카르도 과레스마가 투입됐다. 중원 숫자를 줄이고 콰레스마가 전진하면서 4-3-3 혹은 4-2-4로 전환됐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4-4-2를 유지하면서 교체를 통해 체력을 보강했다. 1-1의 상황은 계속됐다. 포르투갈은 경기 막판 호날두의 헤딩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추가시간 연속된 호날두의 프리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EN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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