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전쟁을 할 때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공격옵션은 감독을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디디에 데샹 감독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제외된 카림 벤제마의 부재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지만, 프랑스만큼 다재다능한 스쿼드를 갖춘 팀도 없다. 제공권과 연계 플레이에 능한 스트라이커(ex지루), 활처럼 휘는 프리킥과 결정력을 갖춘 플레이메이커(ex파예), 2선 어디에서든 뛸 수 있는 세컨드스트라이커(ex그리즈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갖춘 윙어(ex마샬&코망),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박스투박스(box-to-box)미드필더(ex포그바&시소코&마투이디), 태클과 가로채기를 잘하는 홀딩미드필더(ex캉테,카바예)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블뢰 군단(프랑스대표팀애칭)은 최상의 조합을 찾지 못하고 있다. 3경기에 모두 다른 선발 라인업과 전술을 사용했다. 무기가 너무 많아도 고민이다.
#선발 명단
데샹 감독은 알바니아전과 비교해 5명을 바꿨다. 올리비에 지루, 앙토니 마샬, 디미트리 파예, 블레이즈 마투이디, 은골로 캉테가 빠지고 앙드레 피에르 지냑, 앙투안 그리즈만, 폴 포그바, 무사 시소코, 요한 카바예가 선발로 출전했다. 포백(back four:4인수비)은 변화가 없었다.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최전방에 97년생 브릴 엠볼로를 세우고 세르단 샤키리를 오른쪽 측면에 배치했다. 중원에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그라니트 샤카와 발론 베라미가 자리했다.
#폴 포그바
프랑스의 전설적인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의 후계자로 불리는 포그바가 스위스를 상대로 대회 개막 후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총 4차례 슈팅을 기록했는데 2개가 골문으로 향했고 1개는 크로스바를 맞았다. 얀 좀머의 잇따른 선방이 야속했을 포그바다. 포그바가 살아난 전술적인 이유는, 유벤투스와 비슷한 포지션과 역할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앞선 2차례 경기에서 포그바는 4-3-3의 가운데 ‘3’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었다. 이 위치에서 포그바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그리즈만과 동선이 겹쳤다. 포그바는 사이드로 와이드한 움직임을 가져가는 스타일이 아니다.(이날 경기에선 시소코가 이러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는 중앙에서 앞으로 전진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노린다. 실제로 후반에 파예와 마투이디가 투입된 이후 포그바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슈팅은 4개에서 0개가 됐고, 공을 받은 위치도 전반보다 낮았다. 공간을 향해 질주하는 코망과 달리 파예는 공을 소유하고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또 마투이디는 포그바가 좋아하는 공간을 선점했다. 포그바가 결과적으로 불완전 연소된 이유다. 데샹 감독도 “전반에는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후반은 그보다 못했다”고 평했다.
포그바 뿐만이 아니다. 그리즈만 역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아래서 처진 공격수로 변신한 그리즈만의 측면 배치는 결과적으로 그리즈만 자신과 프랑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데샹의 고민이 크다.
#플랜C
넘치는 자원만큼이나 플랜도 많다. 파예를 측면에 세운 4-3-3(플랜A)과 파예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한 4-2-3-1(플랜B)에 이어 포그바를 제 위치에 세우고 측면이 가능한 시소코를 투입한 4-3-3 혹은 4-1-4-1(플랜C)까지 등장했다. 무엇이 낫다고 판단하기 힘들 정도다. 루마니아전은 4-2-3-1로 이겼고, 알바니아전은 4-3-3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스위스전은 포그바가 살아났음에도 골대 불운 속에 득점 없이 비겼다. 이제 시선은 16강으로 향한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그라니트 샤카
조 2위로 16강에 오른 스위스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샤카다. 아스날의 일원이 된 샤카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94개의 패스를 시도해 84개를 성공했다. 패스성공률은 89.4%다. 지금까지 조별리그에서 샤카보다 많은 패스를 기록한 선수는 독일의 토니 크로스밖에 없다. 덕분에 스위스는 프랑스를 상대로 높은 점유율(58vs42)을 기록했다. 패스 숫자도 505대354였다. 홀딩 미드필더로서 수비도 잘했다. 무려 10차례 공을 탈취했고 태클도 3차례 성공했다. 그리고 사캬와 베라미 덕분에 스위스는 항상 수비지역에 6명이 유지됐다.
다만 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 숫자는 적었다. 샤카의 패스도 대부분 하프라인 근처 혹은 밑에서 이뤄졌다. 그로인해 2선에 위치한 블레림 제마일리, 아드미르 메흐메디, 샤키리를 향한 패스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엠볼로는 고립됐고 유효슈팅은 ‘0개’였다.
#후반전
후반 18분 데샹 감독은 코망(윙어)를 빼고 파예(플레이메이커)를 투입했다. 이어 32분에는 그리즈만(세컨드스트라이커) 대신 마투이디(박스투박스)를 내보냈다. 파예는 왼쪽 측면에 섰고 포그바는 왼쪽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시소코는 오른쪽 측면 윙어로 자리를 옮겼다. 변화 이후 프랑스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후반 30분 우측 사이드 라인을 질주한 시소코가 크로스를 올렸고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파예가 발을 갖다 댔지만 크로스바를 때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스위스는 공을 소유하면서 안정적으로 시간을 보냈고 프랑스도 라인을 내리고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경기는 0-0으로 종료됐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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