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4명.
8일 현재 규정타석(소속팀 경기수x3.1)을 채운 타자는 총 60명이다. 그런데 이들 중 3할타자는 무려 34명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3할타자가 3할에 미치지 못한 타자보다 오히려 8명이나 많다. 지금 추세라면 2014년(31명) 이후 2년만에 역대 최다 규정타석 3할타자가 탄생할 수 있다.
KBO리그 출범 후 2013년까지 규정타석 3할타자가 가장 많이 배출된 시즌은 1999년, 2001년, 2010년의 20명이었다. 규정타석 3할타자는 거의 매 시즌 15명 내외였다. 2013년에도 16명. 그러나 2014년에 갑자기 31명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나며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28명의 규정타석 3할 타자를 배출했다.
▲강타자 상징, 더 이상 3할 아니다
2006년에는 규정타석 3할 타자가 단 5명(이대호, 이택근, 이용규, 장성호, 양준혁)밖에 없었다. 절정의 투고타저 시즌이었다. 리그 타율 0.255로 21세기 최저수치였다. 반대로 규정타석 3할 타자 31명을 배출한 2014년에는 리그 타율 0.289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28명이었던 지난해 리그 타율도 0.280이었다. 34명의 규정타석 3할타자를 보유한 올 시즌도 리그 타율은 0.287.
3년째 절정의 타고투저가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강타자의 상징을 3할이라고 해선 안 될 듯하다. 2014년 타격왕 서건창(넥센)은 0.370, 지난해 타격왕 에릭 테임즈(NC)는 무려 0.381이었다. 올 시즌 타격선두 최형우(삼성)도 0.362. 최근 타격 선두권을 형성한 타자들은 대부분 3할5푼대 이상 초고타율을 과시한다. 현재 최형우를 비롯해 김문호(롯데, 0.355), 고종욱(넥센, 0.353), 테임즈(NC, 0.352)가 3할5푼 이상 기록 중이다.
어지간한 규정타석 3할타자는 명함을 내밀지도 못한다. 3할 커트라인에 있는 김호령(KIA, 0.303)은 올 시즌 타격에 눈을 떴다. 하지만, 리그 34위다. 앞으로도 3할 커트라인에 있는 타자들은 이 정도 순위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3할~3할1푼대 타자 8명은 슬럼프 한 차례에 3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2할9푼~2할9푼9리 타자도 7명이다. 이들은 조금만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3할에 진입할 수 있다. 구자욱(삼성, 0.375)처럼 지금은 부상으로 규정타석에서 사라졌지만, 시즌 막판 다시 규정타석에 진입할 수 있는 타자도 있다.
▲왜 3할타자가 넘쳐날까
현장에선 타자들의 발전속도를 투수들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린다. 타자의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투수들의 기량은 예전만 못하다. 결국 3할타자가 더 많아졌고, 3할5푼 이상 초고타율 타자도 꾸준히 배출된다. 웨이트트레이닝이 보편화되면서 타자들의 파워가 좋아졌고, 배트 컨트롤 능력이 좋아지면서 안타로 연결 가능한 코스가 늘어났다. 투수들은 더 정교한 제구력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요즘 대부분 팀이 타자에게 웨이트(설령 스트라이크가 들어와도 의도적으로 타격하지 않는 것) 사인을 거의 내지 않는다. 공격적으로 타격에 임하면서 투수를 압박하고, 좋은 결과를 낸다"라고 했다. 예전만큼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 빼어난 투수가 많지 않은 상황서 타자들의 적극적인 타격이 안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민병헌도 초구부터 적극적인 타격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요즘 스트라이크 1개를 먹고(기다리고) 치는 타자는 거의 없다. 그리고 2스트라이크가 되기 전에 되도록 공략하려고 한다. 예전에 비해 투수들이 구사하는 변화구가 많기 때문에 2스트라이크가 되면 안타를 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라고 했다.
규정타석 3할타자의 증가는 그만큼 타자들이 치열하게 연구하고 노력했다는 뜻이다. 34명 모두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한편으로 규정타석 3할 타자가 늘어나면서 타격왕의 가치도 더욱 높아졌다.
[위에서부터 최형우, 김문호, 고종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