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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스트라이커(Striker) 없이 결승전에 오른 포르투갈은 진짜 9번(스트라이커) 에데르의 짜릿한 한방으로 유럽 챔피언이 됐다. 오랫동안 포르투갈은 세계적인 스트라이커에 대한 갈증이 컸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들은 윙어(Winger)를 최전방에 세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포르투갈의 사상 첫 유로 우승을 이끈 건 진짜 스트라이커 에데르였다. 이래서 축구가 재미있고, 또 어렵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말이다. 솔직히 포르투갈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의 준비 과정을 안에서 꾸준히 지켜본 내부자 혹은 호날두를 지지하는 팬이 아닌 이상 냉정하게 포르투갈의 우승을 점치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프랑스, 독일, 스페인 모두 한 두 가지의 약점을 안고 대회에 임했지만 포르투갈 역시 그들을 넘어설 만한 뚜렷한 작전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우승을 차지했다. 호날두는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했고 센터백 페페와 골키퍼 루이 파트리시오는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어쩌면, 포르투갈이 우승할 수 있었던 건 가장 기복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결승전 이야기를 해보자.
생각보다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 호날두의 눈물부터 앙드레 피에르 지냑의 골대 강타까지, 축구는 전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인 변화가 승패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앙 무티뉴와 에데르는 스트라이커 없는 4-4-2 포메이션에서 부족했던 ⓐ전진패스와 ⓑ피니시를 제공했다. 반면 체력이 떨어진 프랑스는 연장전에서 은골로 캉테의 부재를 실감했다.
#선발 명단
페르난두 산토스 감독은 웨일스전과 비교해 2명을 바꿨다. 페페(부상)와 윌리엄 카르발류(경고누적)가 돌아왔다. 호날두와 나니가 투톱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호날두가 전반 25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히카르두 콰레스마가 더 많은 시간을 뛰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3경기 연속 똑같은 베스트11을 구성했다. 은골로 캉테는 벤치에 대기했고 무사 시소코가 오른쪽 날개로 출전했다.
#4-1-4-1vs4-2-3-1
포르투갈의 시작은 4-4-2였다. 하지만 중원이 플랫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1명의 홀딩 미드필더(카르발류)가 백포(back four:4인수비)를 보호하고 3명의 8번(box-to-box 미드필더)이 앞에 포진한 다이아몬드였다. 4열로 표현하면 4-1-3-2다. 여기서 중요한 선수는 ‘1’의 카르발류다. 그는 프랑스에서 세컨 스트라이커 혹은 10번(공격형미드필더)으로 뛰는 앙투안 그리즈만을 지속적으로 견제했다. 그리고 호날두와 나니는 공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즉 수비 상황에서 측면으로 넓게 섰다. 다이아몬드 시스템의 약점인 측면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포메이션은 4-4-2보다 4-2-3-1에 가까웠다. 그리즈만은 포르투갈 백포와 미드필드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 움직였고 디미트리 파예는 중앙으로 이동하며 포르투갈 풀백 세드릭 수아레스를 유인했다. 이때 올리비에 지루가 왼쪽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효과적이진 않았다. 재미있는 건 독일전과 같은 선발에도 경기 운영이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수비라인을 내린 독일전은 플랫한 4-4-2였지만 점유율을 높인 포르투갈전은 4-2-3-1이었다. 같은 선수 구성에도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시스템은 달라진다.
#without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경기는 호날두의 부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전반 10분까지 경기 템포는 비교적 빨랐다. 포르투갈은 롱볼로 한 번에 역습을 시도했다. 전반 5분 나니가 세드릭 수아레스의 긴 패스를 잡아 슈팅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크게 넘어갔다. 프랑스도 지루와 파예 그리고 그리즈만의 헤딩으로 이어지면 연계 플레이로 포르투갈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파트리시오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그 사이 호날두가 파예의 거친 몸 싸움에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 템포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호날두는 두 번 정도 쓰러졌다 일어났지만 결국 눈물을 흘리며 콰레스마와 교체됐다. 산토스 감독은 콰레스마를 오른쪽 측면에 세우고 4-4-2 포메이션을 4-3-3(혹은 4-1-4-1)로 전환했다. 전방에선 나니가 가짜 9번 역할을 수행했다.
어쨌든 호날두를 잃은 포르투갈은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췄다. 사실 이번 대회 내내 포르투갈은 템포를 느리게 가져갔다. 그리고 대부분이 이 흐름에 말렸다. 프랑스도 다르지 않았다. 호날두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아니면 3경기 똑같은 선발로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소극적인 운영으로 시간을 낭비했다. 유일하게 도전적이었던 시소코만 눈에 띄었다.
#무사 시소코
프랑스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시소코였다. 그는 기본적으로 오른쪽에 서 있었지만 자주 중앙으로 들어와 그리즈만에게 시선을 빼앗긴 카르발류를 공략했다. 9번의 드리블 돌파 중 7번을 성공했는데, 그 중 6번이 중앙 지역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시소코의 대포알 슈팅도 파트리시오의 잇따른 선방에 좌절됐다.
#교체
후반 10분이 지나자 먼저 프랑스가 교체 카드를 꺼냈다. 데샹 감독은 파예를 빼고 킹슬리 코망을 투입했다. 코망은 좀 더 직선이었고 드리블 돌파에서도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4번의 득점기회를 창출했고 3번의 드리블을 성공했다. 지루의 왼발 슈팅과 그리즈만의 헤딩이 모두 코망이 만든 찬스였다. 그러자 포르투갈도 아드리엔 실바 대신 무티뉴를 투입했다. 플레이메이커가 들어오면서 포르투갈은 좀 더 쉽게 전방으로 공을 운반했다. 에데르의 결승골을 이끈 마지막 패스도 무티뉴의 발 끝에서 나왔다.
#진짜 9번 에데르
두 팀 모두 공격수를 바꾼 뒤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프랑스는 지냑을 투입했고, 포르투갈은 에데르를 내보냈다. 먼저 지냑이 승부를 가를 뻔 했다. 후반 종료직전 페페를 완벽하게 벗겨내고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골대를 때리며 땅을 쳤다. 그리고 위기를 넘긴 포르투갈은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고, 에데르의 한 방으로 승기를 거머쥐었다.
진짜 9번 에데르의 투입은 승패를 가른 매우 중요한 변화였다. 산토스 감독은 에데르를 최전방에 세우고 나니를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에데르는 포르투갈이 전방에서 공을 소유하는데 도움을 줬다. 소유권을 쉽게 잃었던 나니와 달리 에데르는 제공권과 피지컬을 앞세워 공을 제법 잘 지켜냈다. 연장 후반 19분 득점 장면에서도 에데르는 체력적으로 지친 로랑 코시엘니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프랑스 입장에선 폴 포그바와 블레이즈 마투이디의 대처가 아쉬웠다. 둘은 에데르에게 공이 전달됐을 때 빠르게 코시엘니를 돕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캉테의 부재가 아쉬웠다. 승부차기를 앞둔 상황에서 데샹 감독이 왜 마지막 교체카드를 아꼈는지 모르겠다. 마투이디 대신 캉테를 투입하거나, 그리즈만을 빼고 포그바를 전진시켜야 했다. 결과적으로 실점 이후 뒤늦게 투입한 앙토니 마샬은 경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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