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까사발렌티나', 크로스 드레서라는 낯선 소재는 통통 튀는 캐릭터 뒤에 숨겨뒀다. 그 안에서 편견을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어떤지 생각하게 한다.
연극 '까사발렌티나'는 1962년 뉴욕 캣츠킬 산맥에 있는 한 방갈로 '슈발리에 데옹'에 모여든 일곱 명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들은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크로스 드레서(이성의 옷을 입는 사람)'라는 은밀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슈발리에 데옹'은 당당하게 그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인 여성의 모습 그대로 입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자 파라다이스 같은 곳으로 그들의 모임이 정식 조직이 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의견 대립을 벌이게 된다.
앞서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등 크로스 드레서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의 신작인 만큼 '까사발렌티나' 역시 크로스 드레서들에 집중한다. 그러나 소수자들을 무겁게 그리지는 않는다. 전작들처럼 유쾌하고 가볍게 인물을 그려내며 그 안에서 메시지를 전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60년대 미국의 화려한 의상. 배우들의 파격적인 여장 만큼이나 이들의 각기 다른 의상은 인물의 특징을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배우들의 매력적인 여장과 그에 따른 연기 변신은 '까사 발렌티나'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인물들의 다양성도 돋보인다. '슈발리에 데옹' 리조트를 운영하며 낮에는 보험 세일즈맨 조지로 밤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렌티나를 오가는 주인공 조지/발렌티나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해심 많은 착한 조지의 아내 리타는 크로스 드레서들에게 파라다이스를 제공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지닌 문제를 수면 위에 올려 놓는다.
학문 밖에 모르는 예의 바르고 수줍음 많은 청년 조나단에서 해맑은 초보 숙녀 미란다로 거듭나는 신입 멤버 조나단/미란다, 크로스 드레서들을 위한 매거진 발행자이자, 전형적인 영국인 신교도로 규율을 중요시 여겨 정식 조직 설립을 두고 의견 대립을 일으키는 중심 인물인 샬롯, 훤칠한 외모로 남장을 하든 여장을 하든 성적 매력이 충만해 어디에서나 인기 있는 마성의 소유자 글로리아, 은퇴를 앞둔 마초적인 기질이 강한 판사에서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에이미를 오가는 반전 캐릭터 판사/에이미, 시도 때도 없이 오스카 와일드 명언을 던지는 웃음 유발자이자 여성스러움의 극치 배씨, 여자보다 더 부드럽고 배려심 많은 성격의 소유자 테리가 파라다이스르 방문한 다양한 크로스 드레서를 그린다.
이에 반하는 인물도 있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는 냉소적인 성격을 지닌 판사의 딸 엘리아노는 크로스 드레서들의 상처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주변 사람들도 겪을수 있는 상처를 솔직한 대사로 토해내며 시각의 균형을 잡는다.
통통 튀는 인물들이 유쾌하게 이야기를 시작한 뒤에는 이들의 모임이 조직이 될 수 있을지 대립하게 되면서 크로스 드레서들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가다, 통통 튀는 인물들이 결국엔 자신의 성향 자체로 인해 대립하고, 그 안의 상처와 치유가 드러나면서 마냥 가볍지 않은 묵직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연극 '까사발렌티나'. 공연시간 150분. 오는 9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사진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