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2014년 10월 21일.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두산이 결단을 내렸다. 송일수 감독을 1년만에 하차시켰다. 대신 SK로 떠난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형 감독을 구단 10대 사령탑에 낙점했다. 전격적이었다. 하지만, 구단은 언젠가는 두산에서 감독을 할 사람으로 분류한 상태였다. 김 감독은 그렇게 SK 생활을 3년만에 끝내고 친정에 돌아왔다.
두산은 김 감독에게 2년 7억원 계약을 안겼다. 신임 감독으로서 적절했다. 당시 구단이 김 감독과 2년 계약을 체결했던 배경이 있다. 일단 2015시즌에는 어지러웠던 2014시즌을 정비해달라는 의미가 강했다. 두산 특유의 뚝심 있는 야구를 되찾기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봤다. 실제 김 감독의 취임일성도 그랬다. 첫 해에 팀을 정비하면, 두 번째 시즌인 2016년에는 성적 욕심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내부적인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김 감독은 부임 첫 해에 그 두 가지 미션을 한꺼번에 해냈다. 잃어버린 두산만의 컬러를 되찾으면서 14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까지 들었다. 결국 KBO리그 최초로 동일 팀에서 감독, 코치, 선수로서 모두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올 시즌 전반기에도 선두를 질주했다. 결국 두산은 후반기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김 감독과의 3년 연장계약을 전격 발표했다.
▲예리한 두산 프런트
김태룡 단장은 "감독의 계약기간이 끝날 때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리 움직였다"라고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두산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의 거취는 야구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마침 김 감독을 비롯해 올 시즌을 끝으로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몇몇 구단이 있다. 부임 첫 시즌에 팀을 우승시킨 김 감독의 평가가치는 치솟은 상태다. 만약 김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감독 FA 시장에 나간다면, 구단들간의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유의 능수능란한 언변, 조용한 카리스마와 믿음으로 선수단을 밀고 당기는 능력, 결정적으로 정규시즌 3위 자격으로 참가한 포스트시즌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낸 승부사 기질은 외부에서 김 감독을 높게 평가하는 핵심 요소다. (당시 불펜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지만, 특유의 믿음과 냉정한 승부수로 극복해냈다)
두산은 시즌 후 불거질 김 감독 거취와 관련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조기에 차단하고 싶었다. 김 단장은 "전반기 막판부터 (연장계약)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결국 전반기를 마친 뒤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이 기민하게 움직였고, 김 감독도 감사의 인사로 화답했다. 자칫 민감하게 대립할 수 있는 시점에 오히려 구단 수뇌부와 김 감독의 신뢰관계가 두꺼워졌다. 김 단장은 "우승 감독이다.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대신 구단은 계약규모에 대해서는 천천히 논의하기로 했다. (올 시즌 최종 성적도 감안해야겠지만, 김 감독의 몸값이 크게 올라가는 건 확실하다. 기본적인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연장계약과는 별개로 몸값을 두고 구단과 김 감독 사이의 불필요한 잡음이 터질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한편으로 김 감독으로선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올 시즌 최종성적에 따라 몸값이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단은 자칫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이슈를 조기에 해결하면서 구단과 감독, 선수단의 케미스트리를 단단하게 하는, 일종의 반전드라마를 완성했다.
연장계약 발표 시기가 후반기 개막 직전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두산은 4~5월 폭발적인 페이스를 자랑했지만, 6월 이후 조금 주춤했다. 특히 전반기 막판 KIA, NC와의 3연전을 잇따라 1승2패 루징시리즈로 마쳤다. 전반기 단독선두 수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팀 흐름이 조금 가라앉은 건 사실이었다. 구단은 이 시기에 김 감독의 연장계약을 발표하면서 선수단 사기를 끌어올렸다. 하나같이 예리한 움직임들이다.
▲더 단단해질 두산
두산이 김 감독과 내년부터 3년 더 함께하기로 한 건 지금 두산 특유의 시스템을 확고하게 가꿔달라는 메시지가 포함돼있다. 김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면서, 올 시즌 포함 향후 4년간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추구해달라는 의미다. 구단은 이런 부분을 감안, 시즌 후 김 감독의 몸값을 최종적으로 책정할 듯하다.
두산이 지금보다 더욱 단단해질 게 자명하다. 김 단장은 "김 감독 연장계약은 김 감독뿐 아니라 구단을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은 포지션별 주전과 백업 구도가 명확하게 설정돼있다. 마운드에선 선발은 고원준, 안규영 등 예비자원이 풍족하다. 다만, 불펜은 이용찬과 홍상삼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는 내년부터 나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팀 내에선 가장 불안정한 파트다. 강한 파트는 더 강하게, 취약파트는 보완하기 위해 3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김 감독으로선 이런 과제를 쫓기듯 무리하게 해결할 이유가 없다.
두산은 전반기 도중 구단과 현장을 잇는 실무자 김태룡 단장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이번에 김 감독 연장계약을 적시에 발표, 구단과 현장의 케미스트리를 강화시켰다. 올 시즌은 물론, 향후 3년 이상을 내다보는 행보다. 두산이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는 초석을 확실하게 다졌다.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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