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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이 순간을 위해 9년을 기다린 것 같아요.”
데뷔한지 올해로 9년. 많은 우여곡절을 견디고 긴 시간을 보낸 후 래퍼 파로는 드디어 꿈을 이뤘다.
25일 발매되는 네 번째 싱글 ‘서울살롱’(Seoul Salon)은 실제 경리단길에 위치한 펍 ‘서울살롱’에서 영감을 받아 파로가 직접 프로듀싱에 참여해 만든 곡이다. 파로는 곡 작업을 진행할 때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지난해 발표한 ‘연남동’(延南洞)을 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 ‘가짜’인 노래들은 만들다 버려요. 그런데 장소에서 영감을 받으면 ‘진짜 음악’이 되는 것 같아요. 서울살롱은 최근에 힙한 곳으로 떠오른 펍이에요. 여기서 음악하는 분들을 주로 만났기 때문에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파로는 이 ‘서울살롱’을 내기 위해 9년을 기다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작업에 공을 들였고, 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100점 만점에 98점이다. 남은 2점은 다음 정규 앨범을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으로 남겨뒀다.
“제가 꾸준히 생각해 오던 음악이 실현됐어요. 빈티지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홈레코딩을 했어는데, 집에서 직접 녹음하고 기타치고 믹싱도 하고 마스터링도 했죠. 1970년대에는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으니 소리가 예쁘게 안잡혔는데, 그 스타일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볼륨 밸런스만 맞췄죠. 많은 프로듀서 분들이 제 음악을 듣고 너무 좋다고 해줘서 확신을 얻게 됐어요. 본능적인 느낌으로는 잘 될 것 같아요. 다시는 이런 노래를 못만들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힙합 시장이 커지고 대중화되면서 많은 힙합계 종사자들과 래퍼들이 예전보다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그 가운데 파로도 있다. 파로는 이 와중에 다른 래퍼들이 흔히 하는 음악이 아닌 완전히 다른 길을 개척하기 위해 두 팔을 겉어붙였다.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 멜론 상위권에 있는 힙합곡들은 스타일이 좀 비슷해요. 그런데 제 ‘서울살롱’은 완벽하게 다른 노래에요. 질감 자체부터요. 이번엔 이 ‘질감’에 엄청 집착했어요. 질감만큼은 절대 다른 아티스트들이 못 따라오게 하고 싶었어요.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지만 ‘할리우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에서는 이미 유행이 되고 있는데, 아마 우리 나라에서도 여름이 지나면 인기가 많아 질거예요. 지금 힙합 곡들은 약간 어두운 느낌인데 점점 재미있으면서 귀여운, 또 메시지는 심오한 노래들이 나올거라 예상해요.”
파로는 다른 래퍼들과 비교해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을 ‘장르의 차별성’으로 꼽았다. 무자비하게 욕을 퍼붓거나 누군가를 저격하는 힙합 문화를 따라가기 보다는 ‘평화’를 추구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파로 스스로 과거 어두운 시절을 청산하고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평화로운 음악으로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가겠다는 의미다. 리스너들이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이 바로 파로가 가려하는 길이다.
실제로 파로는 과거 ‘윤대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당시, 두차례 사기를 당한 적도 있었고, 소속사와의 문제로 제대로된 활동을 하지도 못했다. 이후 파로는 지금의 소속사인 마피아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모든 걸 싹 다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회사와 계약할 당시인 약 3년전엔 정말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이었어요. 사장님이 어르신인데도 그때 ‘나에게 사기치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로.”
다행스럽게도 파로는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작업을 진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던 부모도 파로와 음악 얘기를 하며 귀기울여 준다고. 심지어 최근엔 길몽이라는 ‘똥꿈’까지 꿨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예전엔 우리 집에서 완벽하게 무시를 당했어요. 아버지는 저와 눈도 안마주치셨고 말씀도 안하셨죠. 저는 진지하게 음악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보시기엔 철없어 보였던거죠. 매일 집에서도 이어폰으로 음악만 듣고 가사만 쓰니까 ‘쓰잘데기 없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요? 그러다 제가 한 은행 광고에 참여했는데 그 후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 주셨어요. 이제 래퍼라는 걸 직업으로 인정해주세요. 2년전만해도 친구분들에게 저를 ‘백수’라고 말하고 다니셨거든요.”
파로의 가수의 피는 사실 부모로부터 이어받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음악을 하고 있고, 특히 아버지의 경우 군포 남성 합창단에서 테너를 받아 활동 중이다. 음악적으로 일가견이 있는 아버지는 이번 파로의 신곡 ‘서울살롱’을 듣고 “너무 좋다”고 극찬했다는 후문이다.
또 이번 ‘서울살롱’이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아티스트들의 도움이 있었다. 파로는 함께 호흡을 맞춘 유즈마인드, 달리, 마스터클래스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유즈마인드는 실력있는 기타리스트이자 MBC 밴드마스터이자 교수님이에요. 지난해 ‘연남동’도 같이 만들었는데 이번에 또 협업했어요. 우리 둘이서 4일만에 작사, 작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 다 했어요. 이 형과는 홍대 녹음실에서 처음으로 우연하게 만났던 것 같은데 둘이 술을 마시고 친해졌어요. 제가 ‘형, 음악 알려주세요’라고 붙으면서 가까워졌죠. 형도 저도 이번 ‘서울살롱’에 완전히 올인했어요. 보컬을 맡아준 달리는 펑크와 재즈를 하는 친구인데 음색이 굉장히 독특해요. 들어보시면 충격받으실거예요. 한국에 없는, 처음 듣는 목소리라고 자신해요. 숨은 실력자인데 제가 목소리를 듣자마자 ‘작업같이 하고 싶다’고 콜을 해서 성사됐어요. 마스터클래스도 편곡을 도와줬고요. 다들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파로의 이번 신곡 ‘서울살롱’은 25일 발매됐다. 전 음원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마피아레코드]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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