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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국이는 진희를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제작 영화사 레드피터 배급 NEW)에서, 최우식이 맡은 영국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부산행'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각 캐릭터들의 가타부타 사연보다는 좁은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내면심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이다.
"소희와 제가 표현해야할 거는 말 그대로 10대를 보여주는 거였어요. 10대처럼 행동하고 울고 반응하고, 단 달랐던 건 사회적으로 10대들이 손이 많이 타고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영화에서는 오히려 10대인데도 앞장서서 한다는 것 자체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국이는 이런 아이'라고 정의하지는 않았어요."
야구부 치어리더를 자처하면서 영국을 따라 부산행 열차에 탑승한 진희 캐릭터는, 영국을 좋아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10대다. 하지만 영국은 진희의 적극적인 표현을 부담스러워하며 야구모자로 고개를 푹 숙이기도 한다.
"영국은 사실 진희를 좋아했는데 친구들 앞에 있으니까 부끄러워서 아무 말 못하지 않았을까요? 좋아하는 여자애가 사람들 있는 앞에서 좋아하는 척을 하면 저리가, 라고 하잖아요.(웃음)"
영국 역의 최우식은 공유, 마동석과 함께 '좀비를 때려잡는 3인방'으로 이미 칸영화제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할리우드에서도 좀비 영화들은 많이 있어왔지만, 한국형 좀비물에 이들과 대적하는 캐릭터이기에 국내·외로 관심이 높아졌다.
"좀비 역할을 한 분들과 미리 합을 맞춰도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다 보니까 어려웠어요. 그리고 특히 전 팔길이가 아니라 방망이 길이를 재야했으니까요. 그래도 의외로 되게 만족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처음에 워낙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공유·마동석 선배님께서 워낙 액션 경험이 많으시고 잘 하시니까 그 사이에 껴서 조금이라도 어설프면 바로 티가 나니까요.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촬영했는데 결과물에 만족해요."
최우식은 좀비 역할을 한 100여 명의 감염자 배우들에게 흥행의 공을 돌렸다. 더운 세트장에서 물엿으로 만든 피 분장을 하고, 안무가에게 배운 어려운 동작들을 해내면서 3명의 배우들에게 맞는 연기를 하는 고통 속에서도,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저희보다 고생했던 분들은 좀비 분들이었어요. 지금 '부산행'이 반응이 좋고 인정을 받고 있는 분위기가, 그 분들의 덕인 것 같아요. 사실 국내 첫 좀비물이라고 나갔을 때, 많은 분들이 색안경을 끼고 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분들을 설득했던 게 좀비 분들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연기를 했던 우리들도 노력을 했지만 그 분들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많은 도움이 됐어요."
실제로 좀비 영화를 즐겨본다는 최우식은, '부산행'이 그저 좀비물이라고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각 인물들의 심리변화와 관계, 변화되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춰 관객들이 공감해주는 힘이 큰 영화다.
"'부산행'이 좀비와 싸우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과 싸우는 느낌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만이 갖고 있는 한국 정서에 맞는 가족 이야기와 중점으로 보는 포인트가, 좀비물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신선한 정서가 된 것 같아요. 주변에서 원래 좀비물을 못보는 사람들도 '부산행'을 재밌게 봤다면서 피드백을 줘서 기뻤어요."
[최우식.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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