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할배·줌마·아재가 충무로의 새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영화 '그랜드 파더', '범죄의 여왕', '올레' 등의 작품이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국내 극장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국내외 블록버스터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 우리 이웃 혹은 가족과 같은 할배·줌마·아재가 꿰차고 들어왔다. 이 세 단어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느낌이 짙은 표현이었다. 할배는 꼰대를, 줌마는 오지라퍼를, 아재는 시대에 뒤쳐진 이를 뜻하고는 했다.
그러나 요즘들어 영화에선 새롭게 재탄생됐다.'그랜드파더'에선 할배가 더 이상 꼰대가 아닌 뚝심 있는 존재로서 나타났고, '범죄의 여왕'에선 아줌마의 오지랖을 버무려 신선한 범죄 스릴러를 그렸다. '올레'에서는 아재들의 제주도 여행기를 통해 각박한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힐링 메시지를 전했다. 선입견들이 오히려 반전으로 다가와 영화적 재미를 더하고 있다.
◆ 노장의 고독한 전쟁 '그랜드파더'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그랜드파더'는 분노 어린 노장의 마지막 전쟁을 그린 액션느와르물이다. 영화에서 그려진 할아버지 기광은 기존 노인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입체적 인물이다. 관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비뚤어진 세상을 향한 분노를 표출한다.
기광은 아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고, 마지막 남은 혈육 손녀 딸 보람(고보결)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고독한 전쟁을 치른다. 무감하게 범법을 저지르는 두 얼굴의 건설업자 양돈(정진영)에 맞서며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76세의 노년 배우 박근형이 주연 기광 역할을 맡아 농익은 감정 연기부터 액션까지 완벽 소화했다. 특별한 대사 없이도 표정 하나로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장도리와 엽총 등을 이용한 액션신으로 긴장감을 선사했다. 관록의 힘을 발휘하며 노장 원톱 시대를 열었다.
◆ 오지랖 아줌마에서 '범죄의 여왕'으로
25일 개봉된 '범죄의 여왕'은 남성 중심이었던 기존 수사물과 달리 아줌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완성됐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미경(박지영)을 통해 살인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공감과 더불어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영화는 미경이 고시원에 살고 있는 아들이 수도요금 폭탄을 맞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경이 또 다른 사건을 감지하고 맹활약을 드러내며 범죄의 여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미경이 가진 능력이라면 아줌마 파워, 촉이다. 그럼에도 그가 형사 못지않게 범죄 사건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자식에 관한 문제에만 놓이면 해결사로 변신하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연출을 맡은 이요섭 감독 역시 자신의 어머니의 이 같은 면모를 보고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 아재가 전하는 힐링 메시지 '올레'
'올레'는 마흔을 코 앞에 둔 세 아재가 뜻밖에 떠난 제주도 여행기를 통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쉼표를 선사한다. 요즘 떠오른 '아재 파탈'이라는 매력적인 옷을 입히는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했다. 세 남자의 나이가 39세로 설정돼 있지만, 여유를 느낄 새 없이 빡빡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20대부터 중년까지 아우른다.
희망퇴직 권고를 받은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13년째 사법 고시생 수탁(박희순), 은퇴한 방송국 아나운서 은동(오만석). 각자 나름의 현실의 벽 앞에 부딛힌 이들이 펼치는 제주도 여행은 보는 이들의 대리만족을 시켜준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여행 판타지를 보여주며 설렘을 안김과 동시에, 절친들의 조합은 잊고 지냈던 옛 추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킬링과 힐링타임용 팝콘 무비로 제격이다.
[사진 = 영화 '그랜드파더', '범죄의 여왕', '올레'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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