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굴곡이 심했다. 그래도 정규시즌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두산 불펜 얘기다. 수년 전부터 아킬레스건이었다. 확실한 필승계투조를 구축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불펜 투수들의 투혼이 돋보였다. 하지만, 결국 불펜의 두께가 얇은 근본적인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우승에 실패했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불펜의 공헌도는 타선, 선발진에 비해 떨어졌다. 사실상 선발진과 마무리 이현승만으로 끌어갔다. 셋업맨들, 원포인트 요원들의 성장이 더뎠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서 경험 부족이란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차드래프트를 통해 정재훈을 롯데에서 두 시즌만에 컴백시켰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정재훈이 지난해에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한데다 베테랑 대열에 들어선 투수라 활약을 확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재훈은 예상을 뒤엎고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모습으로 메인 셋업맨을 꿰찼다. 예전과는 달리 컷 패스트볼을 완벽히 장착했고, 노련함이 배가됐다.
물론 두산 필승계투조는 시즌 중반까지 양적으로 부족했다. 그래도 정재훈의 등장으로 작년 시즌 중반까지 수 차례 마무리가 바뀌었던 혼란과 비교하면 질적 성장은 분명했다. 정재훈~이현승으로 이어지는 필승계투조는 두산의 4~5월 상승세와 궤를 함께 했다. 김태형 감독은 두 베테랑 불펜 투수를 조금 무리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경기 후반 박빙승부에 꼬박꼬박 투입했다.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 있었다. 결국 시즌 초반 착실히 쌓아둔 승수 덕분에 7~8월 위기를 극복하고 정규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부작용도 있었다. 정재훈과 이현승이 나란히 6월부터 탈이 났다.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베테랑이니 어쩔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7월 팀 하락세와 맞물렸다. 타선마저 가라앉았다. 결국 두산은 8월초 NC에 선두를 추월 당했다. 지난해 무리했던 함덕주,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고 회복이 더딘 김강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오현택 등이 불펜에 보탬이 될 수 없었기에 더더욱 뼈아팠다.
그래도 이 시기부터 윤명준이 묵묵히 힘을 보탰다. 작년 마무리로 실패했다. 그러나 올 시즌 중반부터 마당쇠 노릇을 했다. 여기에 롯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사이드암 김성배를 5년만에 두산에 컴백시켰다. 정재훈이 8월 초 LG 박용택의 타구에 팔뚝을 맞아 시즌 아웃됐다. 이현승마저 허벅지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윤명준과 김성배가 묵묵히 버텨내지 못했다면 두산은 다시 8월에 상승세를 타지 못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성배 영입이 매우 적절했다.
그러자 시즌 막판 반전이 찾아왔다. 9월 초 경찰청에서 제대한 홍상삼이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마무리를 꿰찼다. 김 감독은 이현승과 더블마무리로 임명했으나 사실상 홍상삼 마무리 체제로 재편했다. 여기에 21일 이용찬이 상무에서 제대했다. 22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 3-1로 앞선 7회말에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홀드를 따냈디.
한국시리즈에 정재훈의 복귀가 유력하다. 애당초 9월 말까지 공을 잡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9월 초 캐치볼에 들어갔다. 한국시리즈는 10월 말에 시작한다. 정재훈마저 한국리즈서 복귀하면 두산 불펜은 마무리 홍상삼 체제에 이용찬, 정재훈까지 철벽을 구축할 수 있다. 실전 공백을 극복해야 하는 정재훈의 구위가 관건이다. 그래도 홍상삼과 세이브왕 출신 이용찬이 김성배, 윤명준과 힘을 보태면 두산 불펜은 최근 몇년간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두산 불펜은 올 시즌에도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정규시즌 막판 스퍼트의 출발점이 도리어 불펜이었다. 마치 정규시즌 우승의 마침표를 찍은 느낌. 두산이 21년만에 통합우승에 성공할 경우 불펜 활약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홍상삼(위), 정재훈과 이현승(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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