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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B가 박지수를 영입, 우리은행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KB 안덕수 감독이 포효했다. 17일 여자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 초특급신인 박지수(195cm, 분당경영고)를 영입했다. 박지수는 척박한 한국여자농구 인프라서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인재다.
박지수의 경쟁력을 지난 2~3년 전부터 수 차례 소개했다. 지난 6월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등 성인대표팀 경험까지 쌓으면서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 안덕수 감독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지수를 한국 여자농구의 위상을 높이는 선수로 만들겠다. 훌륭하게 키울 자신이 있다"라고 기뻐했다.
궁금한 건 올 시즌 KB의 전력이다. KB는 최근 몇 시즌 동안 골밑이 약했다. 정선화의 이적과 은퇴, 김수연의 부상 공백 등으로 사실상 빅맨 없는 농구를 했다. 전임 서동철 감독 시절에는 속공과 외곽슛, 변형 지역방어 등으로 끈끈한 공수조직력을 과시, 나름대로 재미를 봤다. 서 전 감독 시절 KB는 강호들을 괴롭히는 다크호스였다. 2014-2015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했다. 시즌 막판 순위다툼, 플레이오프서 높이 약세를 절감,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매 순간이 승부처와도 같은 큰 경기서 외곽 의존농구는 리스크가 컸다. 리바운드 1개가 아쉬웠다. 가드와 포워드들의 골밑 도움수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박지수 영입으로 이런 고민들을 단숨에 해결했다. 박지수는 림 보호 능력이 좋다. 특히 블록슛 센스가 좋다. 절대적인 수준에선 부족하지만, 최근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도 많이 좋아졌다. 외국선수들의 골밑 1대1 공격을 어느 정도는 홀로 제어할 수 있다. 골밑 도움수비 부담을 덜어냈다. 그러면서 KB는 자연스럽게 최대약점이던 제공권을 강화했다.
박지수는 KB가 추구하는 빠른 농구에도 무난히 적응할 수 있다. 신장 대비 기동력이 좋기 때문이다. 속공 마무리 능력은 수준급이다. 피딩 능력도 좋다. 강아정의 외곽슛을 더 무섭게 해줄 카드다. 그리고 상대팀이 박지수에게 외국선수를 매치업 상대로 붙이면, KB 두 외국선수(바샤라 그레이브스, 플레넷 피어슨)는 국내선수들과 매치업되는 장점도 발생한다. 즉, KB는 기존의 컬러를 유지하면서도 박지수로 인한 장점을 고스란히 취하면서 전력 업그레이드가 기대된다.
또한, 신임 안덕수 감독은 지난 봄 부임 후 수비조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박신자컵서도 맨투맨 하프코트 프레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KB의 공수조직력, 파괴력은 눈에 띄게 좋아진다. 우리은행의 대항마로 손색없다. 특히 박지수와 양지희의 매치업이 기대된다. 우리은행은 수비조직력이 좋지만, 박지수와 외국선수, 강아정 조합을 효율적으로 봉쇄할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몇 가지 과제도 있다. 일단 KB는 박지수에게 여자프로농구의 장기레이스를 버텨낼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무래도 박지수는 전문적인 웨이트트레이닝과 체계적인 몸 관리 경험이 부족하다.
문제는 현재 박지수가 KB에 합류할 수 없는 신분이라는 점이다. 18세 이하 여자농구대표팀에 선발, 11월 13일부터 20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U18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성인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를 굳이 프로 시즌 중 청소년 대회에 차출시켜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KB는 박지수를 시즌 초반에는 활용할 수 없다. 다만, 태국이 지난주 국왕 서거로 각종 행사를 취소 및 연기하는 상황서 대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 부분에 의해 박지수의 데뷔전 시기, 팀에 적응할 수 있는 시점 등이 달라질 수 있다.
KB로선 박지수가 U18대표팀서 혹시 부상을 당해도 감수해야 한다. 대표팀은 박지수의 몸을 집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박지수가 뒤늦게 KB 데뷔전을 치르면, 그만큼 프로적응 시기도 늦어진다. 아무리 박지수가 특급신인이라고 해도 피로감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는 시간도 필요하다. 특히 외국선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결국 KB는 시즌 초반 레이스에선 손해를 볼 수 있다. 박지수가 데뷔한 뒤 한 동안 실전서 부작용을 겪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박지수의 1대1 공격루트를 다양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KB가 우리은행을 넘어서기 위해, 그리고 박지수 본인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체계적으로 단련한 뒤, 프로에서 외국선수들을 상대로 통할 수 있는 각종 공격테크닉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KB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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