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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두뇌회전이 빠르다."
양의지(두산)는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결과 유효표 77표 중 무려 70표를 얻었다. 압도적이었고, 당연한 결과였다. 실제 한국시리즈 4경기를 뜯어보면 양의지의 가치, 팀 공헌은 엄청났다.
16타수 7안타(1홈런) 4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타자 양의지보다 포수 양의지가 한국시리즈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높았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실점(38이닝 2실점) 신기록 수립은 양의지의 영리한 투수리드가 한 몫 했다.
김태형 감독은 배터리코치 시절부터 양의지를 가르쳤다. "신인 때부터 영리했다. 김경문 감독님이 2010년에 주전으로 기용할 때부터 제대로 키우려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동안의 경험이 그대로 나온다. 이제 최고의 포수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양의지의 볼배합과 투수들을 아우르는 리드 능력이 왜 탁월하다고 보는 것일까. 일단 전제조건을 깔았다. 김 감독은 "좋은 포수도 좋은 투수가 만든다. 투수력이 좋지 않은 팀에서 좋은 포수가 나오는 건 쉽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기본적으로 판타스틱4(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가 좋은 투수들이다. 그래서 양의지의 볼배합과 투수리드도 빛을 발했다. 반대로 양의지가 아무리 좋은 포수라도 해도 1~2군을 오가는 평범한 투수들과 함께 좋은 결과를 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양의지가 판타스틱4에게 플러스 알파를 가미시킨 부분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더스틴 니퍼트 특유의 타점 높은 패스트볼, 왼손타자 몸쪽으로 휘는 장원준의 체인지업, 유인구로 맹위를 떨친 마이클 보우덴의 하이패스트볼은 이번 한국시리즈 볼배합의 핵심이었다. 판타스틱4의 컨디션, NC 타자들의 컨디션과 데이터, 경기상황 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양의지는 고비마다 NC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리드로 판타스틱4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포수 출신 김태형 감독에 따르면, 포수의 역량은 주전으로 꾸준히 뛰면서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 분명 좋아진다. 그래서 포수는 다른 포지션보다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다만, 김 감독은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건 개개인의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결국 두뇌회전의 차이가 포수 성장 속도의 차이, 나아가 특급포수와 평범한 포수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가 된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의지는 신인 때부터 두뇌 회전이 빨랐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재빠른 두뇌 회전으로 상황에 따른 최적의 구종, 코스를 택한다. 투수들은 양의지의 사인에 거의 고개를 젓지 않았다. 심지어 김 감독은 "의지는 투수가 고개를 저어도 그 다음으로 원하는 구종이 뭔지 먼저 알고 있다"라고 했다. 그 결과 안타를 맞을 확률을 최소화한다.
두뇌회전이 좋은 양의지는 신인 시절부터 좋은 포수로 거듭날 자질이 충분했다. 그리고 꾸준히 큰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리그 최고포수가 됐다. 더 무서운 건 아직 만 29세라는 점. 노련미까지 더해지면 양의지의 가치는 더욱 특별해질 것이다. 두산도 양의지와 함께 장기집권 꿈을 꿀 수 있다.
[양의지.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창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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