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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영화 '판도라'가 개봉한 7일, 공교롭게도 국회 청문회에서는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한 의원은 청문회 증인에게 "당신이 이번 일의 판도라 상자를 연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실시간 검색어에는 '판도라'가 올랐다. 영화 '판도라'인지 의원의 발언을 생중계로 지켜본 실시간 반응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SNS에는 국회 청문회와 관련한 '#판도라'가 지배적이었다.
영화 '판도라'는 '연가시'를 만든 박정우 감독의 차기작으로, 지진과 원자력 발전소로 인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이로 인해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국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판도라'였다는 이 영화는, 모든 악과 재앙이 쏟아지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국이 이토록 흉흉한 적이 있었던가. 연말이라면 길가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오고 모두가 따뜻하고 풍성한 연말이 되어야하건만, 주말에는 너나할 것 없이 차가운 거리로 나가 촛불집회를 하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 현실.
영화계에서는 소위 '대목'이라 하는 연말 극장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11월은 영화계 비수기라 말해왔지만 지난해 '검은 사제들'을 기점으로 11월의 한계를 깼고, 그런 '11월의 요정' 강동원이 올해 11월에는 '가려진 시간'으로 돌아왔다. 또 '잭 리처: 네버 고 백'으로 톰 크루즈가 내한을 하는 등 많은 영화들이 줄을 이었으나 주말 극장가는 한산하다. 많은 사람들이 콜라와 팝콘 대신 길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박정우 감독은 '판도라'를 4년 전부터 준비했다. 지금 정부가 시작했을 당시였던,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것을 이유로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던 그 때였다. 박정우 감독은 "서슬 퍼렇고 나라의 새로운 기강을 잡는 시작이어서 어떻게 보면 미친 짓이기도 했지만,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였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정우 감독은 "지금 시국이 이러니까 이런 얘기를 그나마 편하게 할 수 있다"라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얘기했다.
하지만 시국이 이렇기에, 영화 속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도 생겨났다. 앞서 '판도라'의 예고편에는 총리(이경영)가 "대통령은 지금 판단능력을 상실하셨습니다!"라며 소리를 치는 내용이 공개돼있지만, 정작 본편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 이에 대해 박정우 감독은 "영화가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원전에 대한 경각심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자칫 전하고자 하는 말이 다르게 들릴 수 있어서 편집했다"라고 말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영화 속에서 대통령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평가나 생각이 편집됐다는 것. 실제로 '판도라'에서 편집을 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김명민)이 등장해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온다. 분명히 극 영화이지만 지금의 현실을 반영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이다.
영화 '판도라'에서는 고위층에서 안일하게 처리했던 일들의 피해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받는다. 영화 안팎으로, '판도라'인 현실이다.
['판도라'. 사진 = NEW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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