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3cm가 아쉽다.
전자랜드 메인 외국선수 제임스 켈리는 지난해 12월20일 KGC전서 왼 발목을 다쳤다. KBL 주치의로부터 2주 진단을 받았다. 전자랜드는 재빨리 움직였다. 아이반 아스카를 영입, 12월24일 동부전부터 투입했다.
아스카는 최근 이스라엘에서 뛰었다. 전자랜드는 아스카의 이스라엘 소속팀에 바이아웃 비용을 지불하고 데려왔다. 기량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사실 이 시기에 바이아웃 지불 없이 괜찮은 일시대체 외국선수를 영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아스카는 12월24일 동부전, 12월29일 오리온전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12월31일 LG전부터 1월4일 삼성전, 6일 KCC전, 8일 kt전, 12일 오리온전서 연이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4경기서는 모두 20점 이상 올렸다.
유도훈 감독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견디기'용으로 데려온 선수다"라고 했다. 아스카는 건실한 골밑 수비력에 공 소유욕도 있다. 외국선수가 KBL 특유의 복잡한 트랩수비, 로테이션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아스카는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그런데 득점력도 나쁘지 않다. 김종규와 제임스 메이스가 버틴 LG, 장신 빅맨들이 즐비한 삼성, 건실한 에릭 와이즈가 버틴 KCC를 상대로 적지 않은 점수를 뽑아낸 건 의미가 있다. 유 감독은 "인성이 좋다. 배우려는 자세가 좋다"라고 했다.
아스카가 골밑에서 수비수들을 압도할 정도의 테크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골밑에서 변칙적으로 시도하는 훅슛은 돋보였다. 오리온 수비수들은 돌파 후 좌중간, 우중간에서 불규칙적인 타이밍에 올려놓는 훅슛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기술이 다양하지는 않아도 1~2가지 핵심 무기에 괜찮은 골밑 수비력을 보여줬다. 전자랜드로선 아스카에게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그렇다면 왜 아스카는 올 시즌 KBL에 정식으로 입성하지 못했을까. 신장이 194.3cm이기 때문이다. KBL 외국선수 선발규정상 장, 단신을 나누는 기준은 193cm다. 아스카는 트라이아웃서 단 1.3cm 차이로 장신 외국선수로 분류됐다.
아스카가 괜찮은 선수지만, 특급 기량을 지닌 건 아니다. 장신 외국선수 풀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고 선발되는 건 어려웠다. 구단들은 당연히 아스카보다 크고 힘과 기술까지 갖춘 빅맨들을 선발했다. 그러나 몇몇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스카가 단신 외국선수로 분류됐다면 트라이아웃에서 지명될 수 있었다는 말도 있다. 아스카로선 1.3cm가 아쉬운 셈이다. 현 KBL 외국선수 규정상 언더사이즈 빅맨이 귀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스카는 14일 모비스전, 15일 LG전, 18일 KCC전을 끝으로 전자랜드를 떠난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는 켈리가 돌아온다. 유 감독도 "켈리가 발목 통증이 사라졌다"라고 했다. 다만, 아스카가 최근 활약에 남은 3경기까지 괜찮은 모습을 보여줄 경우 구단들의 시선이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현재 KBL 외국선수 규정은 다음시즌에도 적용된다. (2018-2019시즌 자유계약제 회귀가 거의 확정됐다) 만약 아스카가 내년 KBL 외국선수 트라이아웃에 나오면 드래프트서 뽑히지는 못해도 대체 외국선수로는 꽤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아스카는 규제가 많고 특이한 KBL 외국선수 규정의 피해자다.
[아스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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