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원제 Arrival)’는 대담하고, 기이하며, 신비롭다. 무엇보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이 온 몸에 밀려온다. 이토록 감성적인 SF라니.
어느날 갑자기 외계에서 12개의 쉘이 내려온다. 그들은 18시간마다 문을 열고 의문의 신호를 보낸다. 미국 정부는 비교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이론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에게 그들과 소통하도록 한다. 외계존재의 헵타포드 언어를 해석하던 루이스는 그들에게 “무기를 주다”라는 뜻밖의 답변을 듣게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전 세계 12곳에 착륙한 쉘, 외계존재와 소통하려는 각국 정부, 그리고 정부 간 정보를 공유하려는 과정 속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을 통해 이 영화를 커뮤니케이션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지만 본질적인 해석은 아니다.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이 영화는 다층적인 구조 속에 삶과 죽음의 신비로움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컨택트’는 원작에서 다뤄진 사피어-울프 가설(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세계관과 사고방식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헵타포드 언어를 이해하게 된 루이스가 특출난 능력을 얻으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어떤 ‘선택’을 아름답고도 슬프게 담아낸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루이스와 그의 딸 한나(Hannah)와의 관계, 현재와 미래를 복합적으로 오가는 플롯 속에서 과연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7개의 다리를 가진 외계 존재가 먹물로 원형 모양의 추상적인 기호를 뿌리는 설정부터 셸의 독특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시각적으로 독창적인 이미지도 매력적이다. CIA 요원과 루이스와의 갈등을 끌어올려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는 연출력도 일품이다.
외계존재와 필사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루이스의 의지는 곧 자신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깨달음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컨택트’(접촉)인 동시에 ‘어라이벌’(도착한 사람)이다.
[사진 제공 = UPI]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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