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의미 있는 기록을 두 가지나 수립했지만, 인천 전자랜드 가드 박찬희(30, 190cm)는 웃을 수 없었다. 팀이 여전히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해 기록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단다.
박찬희는 지난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트리플 더블(20득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을 작성했다. 전매특허인 스틸도 2개 곁들였다.
박찬희가 트리플 더블을 작성한 것은 2010-2011시즌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국내선수 가운데에는 2012년 3월 4일 오세근(KGC인삼공사) 이후 1,796일만이다. 당시 오세근이 상대한 팀도 삼성이었다. 올 시즌에는 박찬희에 앞서 마이클 크레익(삼성)만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바 있다.
박찬희가 맹활약했지만, 전자랜드는 81-89로 패해 3연패에 빠졌다. 박찬희가 트리플 더블을 작성하고도 아쉬움을 곱씹은 이유다. 박찬희는 “원래 기록은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트리플 더블이 의미는 있겠지만, 크게 와 닿진 않는다.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팀이 연패를 못 끊었다는 것만 신경 쓰인다”라고 말했다.
포인트가드였던 만큼, 가장 늦게 채운 항목은 리바운드였다. 득점, 어시스트는 일찌감치 두 자리를 넘어섰던 박찬희는 경기종료 2분여전 10번째 리바운드를 따냈다.
트리플 더블에 임박한 선수가 있으면, 대부분의 동료들은 벤치에서 이를 알려준다. TV 중계진 역시 이날 박찬희가 10번째 리바운드를 기록하기 직전 작전타임에서 트리플 더블에 임박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전자랜드는 상황이 달랐다.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는 시점이어서 트리플 더블을 언급할 수 없었다. 개인기록보단 팀의 승리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박찬희는 “팀이 크게 앞서고 있었다면 누군가 얘기해줬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트리플 더블을 했다는 것도 경기가 끝난 후 알았다. 물론 초반부터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겠다는 마음가짐은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찬희는 4경기 연속 10+어시스트 행진도 이어갔다. 이는 프로농구 출범 후 21시즌이 치러지는 동안 박찬희 포함 단 13번 나온 진기한 기록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7-2008시즌 초반의 주희정(당시 KT&G)이었다.
덕분에 박찬희는 평균 7.1어시스트를 기록, 이 부문 1위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트리플 더블이 그렇듯, 진기록보다는 팀이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게 더욱 신경 쓰인다고 한다.
“흔치 않은 기록이지만, 지금은 1승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운을 뗀 박찬희는 “어시스트 1위도 내가 잘해서 올라있는 게 아니다. 동료들이 슛을 잘 넣어주고, 빈 공간으로 잘 움직여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3연승 이후 3연패에 빠진 6위 전자랜드는 5위 울산 모비스와의 승차가 1경기로 벌어졌다. 더불어 7위 창원 LG에게는 1.5경기차로 쫓기게 됐다.
모비스는 최근 이종현이 가세했고, LG 역시 빅딜을 통해 조성민을 손에 넣었다. 전자랜드의 플레이오프 경쟁팀들이 나란히 전력을 보강한 셈이다. 전자랜드가 향후 힘겨운 사투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박찬희는 “양 팀 다 전력이 좋아져 예민해진 게 사실이다. 또한 9개팀을 통틀어도 무시할 팀이 없다. 일단 연패를 끊는 게 급선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승수를 쌓고 싶다”라고 말했다.
▲ 연속 경기 10+어시스트 순위 * 괄호 안은 당시 소속팀
1위 8경기 김승현(오리온스) 2004.11.24~2004.12.11 총 100어시스트
1위 8경기 강동희(기아) 2001.1.6~2001.1.21 총 92어시스트
3위 5경기 김승현(오리온스) 2005.1.27~2005.2.17 총 76어시스트
3위 5경기 주희정(KT&G) 2005.11.1~2005.11.12 총 57어시스트
5위 4경기 신기성(TG삼보, KTF) 2005.2.23~2005.10.22 총 41어시스트
5위 4경기 김승현(오리온스) 2005.3.5~2005.3.12 총 59어시스트
5위 4경기 김승현(오리온스) 2005.12.24~2006.1.1 총 47어시스트
5위 4경기 강혁(삼성) 2007.3.11~2007.3.18 총 46어시스트
5위 4경기 은희석(SBS) 2001.1.7~2001.1.14 총 44어시스트
5위 4경기 이상민(현대) 1999.12.26~2000.1.1 총 50어시스트
5위 4경기 이상민(KCC) 2001.12.9~2001.12.16 총 45어시스트
5위 4경기 주희정(KT&G) 2007.11.17~2007.11.28 총 43어시스트
5위 4경기 박찬희(전자랜드) 2017.1.18~2017.2.2 총 43어시스트
[박찬희.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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