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33개를 치고 13개 내줬다. 프런트가 노렸던 완벽한 손익 계산서다.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다. 양쪽 사이드 95m, 센터 120m인 이 구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간 이상 크기를 자랑했지만 대전 등 다른 곳들이 구장 크기를 늘리며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불리고 있다.
타자 친화적인 구장에서는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전날까지 14경기에서 38개의 홈런(경기당 2.71개)이 나오며 전체 구장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K는 이러한 구장 특성을 활용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장타자 수집'에 나섰다. 트레이드로 정의윤을 영입했으며 정상호 FA 이적 때 보상선수로 최승준을 지명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김동엽 등 거포 유형의 선수를 꾸준히 뽑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막판 '2년 연속 퓨처스리그 홈런왕' 한동민이 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많이 때리고 더 많이 내주면 아무 소용 없는 법. 지난해에는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191개의 홈런이 나온 가운데 SK 타자들이 때린 홈런은 97개였다. 내준 홈런인 94개와 3개 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올해는 다르다. 홈 14경기에서 SK 타자들은 홈런 26방을 날렸다. 경기당 2개에 가까운 수치다. 최정이 8개를 기록한 가운데 한동민 5개, 김동엽과 이홍구 3개, 박승욱이 2개로 뒤를 잇고 있다. 박정권, 김강민, 정의윤, 나주환, 정진기가 힘을 보탰다.
10명의 선수가 홈에서 홈런포를 가동한 것.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홈런이 한 경기에 평균 2개씩 나오고 있다.
반면 투수들은 '다른 구장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딱 12개의 홈런만 내줬다. 1경기에서 1개도 내주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도 스윕패를 당한 kt와의 개막 3연전에서 4개를 내줬을 뿐 이후 11경기에서는 8개 뿐이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의 전체 평균자책점이 4.50인 가운데 SK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4.05로 이를 하회한다. 홈에서 잘 때리고 잘 던지다 보니 22일 경기에서는 경기장에 2만 2848명의 관중이 찾았다. 화창한 날씨가 곁들여지기는 했지만 경기장 분위기 역시 모처럼 예전 왕조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뜨거웠다.
이는 비단 홈에서만은 아니다. 대전에서는 3경기 동안 홈런 5개를 터뜨렸다. 이는 홈 8경기를 치른 한화(3개)보다도 많은 숫자다. 반면 다른 대전 원정을 치른 NC(2경기)와 LG(3경기)는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광주에서도 2경기 동안 2개를 때렸다. 홈팀 KIA는 8경기에서 3개.
SK는 원정 5경기에서도 7개를 때리고 1개만 맞았다. 이를 종합하면 시즌 전체 19경기에서 33개 홈런을 때리고 13개만 내줘 마진이 +20이다.
물론 아직 시즌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 언제 어떻게 일이 바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홈런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시즌 막판까지 계속된다면 SK의 승수 쌓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인천SK행복드림구장 구단별 홈런 개수
SK-14경기 26개
롯데-3경기 4개
kt-3경기 4개
넥센-3경기 2개
NC-3경기 1개
두산-2경기 1개 (원정팀 합계 12개)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 최정.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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