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고(故) 윤소정이 연극인들의 마지막 인사응 받으며 떠났다.
고(故) 윤소정의 영결식이 2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됐다. 윤소정은 지난 16일 오후 7시 12분 패혈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빈소가 차려졌고, 5일장으로 20일 오전 8시 발인했다.
영결식이 시작되고 묵념 후 '어머니'에서 고 윤소정 아들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박윤희가 고 윤소정 약력을 읽어내렸다.
이어 고인이 남긴 인터뷰 육성을 짧게 들었다. 윤소정은 생전 인터뷰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하다보면 작품이 빠져들게 되고 같이 웃게 되고 그거 하나만 얻어 가시면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길해연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길해연은 "선생님을 떠올리면 대부분 '멋지다', '아름답다', '정의롭다' 등 좋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 가장 많이 난오는 말이 요즘 말로 '쿨하시다'다. 그렇게 기억하겠다"며 "평상시 어떤 만남의 자리에서 헤어짐 순간이 되면 그 자리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 후다닥 달려 나간다. 멀리서 이미 손을 흔들어 보내며 작별 '인사 길게 하는 거 싫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그런지 이 세상 마지막 가시는 길조차 평상시처럼 쿨하게 떠나셨다. 손숙 선생님께서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윤소정답다'고 했다. 슬프다 못해 원망스러웠다"며 "선생님은 저희한테 선물 같은 존재셨다. 아무리 하찮고 못났던 사람도 선생님 앞에 마주하면 제법 그럴듯 하고 괜찮은 사람이 된다"고 설명했다.
"선생님이 '어쩜 이렇게 예쁘게 생겼니, 똑똑하니, 연기를 잘하니' 하면 어깨가 으쓱한다. 날개를 달아준다. 큰 힘이 되고 큰 격려가 됐다"고 밝힌 길해연은 "선생님의 기억은 웃음 소리밖이 기억나지 않는다. 선생님 웃음 소리와 허리를 꺾고 같이 웃던 우리 모습이 떠오른다"고 고백했다.
이어 "선생님은 우리의 어머니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셨다. 연극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선생님을 다시 볼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정말 멋진 인생을 사셨다. 귀한 이별의 시간을 내어주신 가족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길해연은 고 윤소정이 6월 1일 지인들에게 전한 시를 낭독했다.
다음으로 고인의 절친한 친구 손숙의 조사가 이어졌다. "친구를 보내면서"라고 운을 뗀 손숙은 "소정아. 친구야. 떠나는 순간까지 멋있게. 너답게, 윤소정답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솔직히 네가 샘 나고 부럽다. 끝까지 시크하게 센치하게 당당하게 간다"며 "무대에서 늘 멋있고 섹시하고 빛나는 배우였고 오(현경)선생한텐 다시 없는 좋은 아내였고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였도 친구들에게 든든한 동지였고 후배들에게 뜻깊은 선배였다. 내게 특히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맙다는 표현도 못해봤다. 훌쩍 떠나고 우리 모두 마음을 잡을 수 없어 당황스럽다"며 "보고있니?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하던 연습 접고 너 보내려 왔다. 진심으로 슬퍼하고 발 동동 거리는 후배들 보면서 심술도 부려본다. 잘 살고 가는거다.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네가 친구여서 고맙고 든든했다. 나도 이제 너처럼 너한테 가고싶다. 하나님 손 꼭 잡고 기다리고 있어. 그 쪽 동네에서 다시 만나면 정말 고마웠다고, 너 많이 좋아했다고 말할게"라며 "영원히 헤어지지 말고 같이 낄낄꺼리고 좋아하는 운동도 하자. 오선생이 '나 소정이 많이 사랑했다'고 했다. 딸이 엄마 딸이어서 행복했다고, 다시 태어나도 엄마딸이겠다고 했다"고 했다.
손숙은 "너 참 행복한 여자였다. 다시 한 번 소정아 잘 가라"라며 눈물을 훔쳤다.
이후 헌화시간이 이어졌다. 연극인들은 애써 눈물을 훔치며 헌화했다.
윤소정은 '초분', '신의 아그네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에이미', '어머니'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연극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유족은 원로 연극배우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남편 오현경과 딸 오지혜, 아들 오세호, 사위 이영은, 며느리 김은정이 있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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