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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자네 홈런 타자로 변신해보지 않겠는가.”
kt 김진욱 감독이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난데없이 홈런 타자 전향을 제안했다. KBO리그 투수들의 적응이 아직 덜 된 상황에서 왜 컨택 및 선구안이 아닌 큰 스윙을 강조했을까.
지난 9일 조니 모넬의 대체 선수로 입단한 로하스는 현재(27일 오전) 12경기 타율 .200(45타수 9안타) 3타점에 머무르고 있다. 홈런은 없고, 장타율과 출루율도 각각 .267, .275로 저조하다. 로하스는 당초 김 감독이 원했던 거포형 외인은 아니다. KIA의 로저 버나디나와 같은 호타준족 스타일에 가깝다. 어쨌든 지금까지 장점은 발휘되지 않고 있는 상황. 리그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벌써 4팀과 4번의 3연전을 치렀다. 희망의 여지를 보여줄 필요는 있었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 13일 포항 삼성전에서 대타로 데뷔한 뒤 14일부터 선발로 나서 2경기 연속 안타와 타점을 신고했다. 15일은 2루타 포함 멀티히트 활약. 그러나 홈으로 돌아온 16일 한화전부터 스윙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졌다. 타이밍을 좀처럼 맞추지 못하며 타구가 주로 내야에 머물렀고, 외야로 흘러간다 해도 힘이 없었다. 김 감독은 줄곧 3번을 맡았던 그를 리드오프로 기용하며 더 많은 타격 기회를 갖도록 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이런 로하스에게 김 감독은 25일 인천 SK전에 앞서 홈런 스윙을 제안했다. 사연은 이랬다. 김 감독은 로하스가 처음 포항에서 부담이 없었을 때의 타격 밸런스를 찾길 원했다. “포항 경기 후 홈으로 돌아와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감에 밸런스가 다 무너졌다. 삼성전 및 마이너리그 시절과 지금은 너무도 다르다”라는 게 김 감독의 평가.
김 감독은 로하스에게 먼저 다가가 “홈런 타자로 변신할 생각이 없냐”고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로하스는 이를 “왜 아직도 홈런을 치지 못하냐”라는 질책으로 잘못 알아들었고, 감독에게 “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크다. 컨디션을 찾고 곧 홈런도 치겠다”라고 심각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김 감독의 난데없는 홈런타자 제안은 어떻게든 출루라도 해야겠다는 로하스의 조급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로하스는 실제로 최근 자기 스윙보다는 공을 맞추는데 급급하고 있다. 지난 SK전에선 내야로 느린 타구를 친 뒤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기도 했다. 외인들에게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의도를 오해한 로하스에게 “홈런을 친다는 생각으로 다시 밸런스를 찾아보자. 지금 마음이 너무 급한 상태다. 출루보다는 큰 스윙을 통해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 결과 로하스는 25일 경기서 2루타 포함 멀티히트-2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로하스는 27일부터 청주라는 낯선 도시에서 한화를 2번째로 만난다. 김 감독의 조언이 자기 스윙 찾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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