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사랑과 인생을 어찌 쿨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역시 쿨한듯 쿨하지 않은 사랑과 인생을 보여준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 중반의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과 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연옥이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펼치는 대화를 통해 인생을 진솔하게 논하는 작품. 정민과 연옥이 매주 목요일마다 역사, 비겁함, 행복 등 거창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지만 번번이 사소한 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 동안 서로 감추기 바빴던 속내가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그 정민과 그녀 연옥의 목요일은 쿨해 보인다. 대학 시절 두 사람은 사귀었던 사이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도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두 사람은 서로의 애인 이야기를 하고 쿨하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는다.
그러나 그 쿨함 속에 솔직하지 못한 진심이 숨겨져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심리는 언뜻 쿨해 보이는 대화 사이, 또 관객에게 말하듯 털어놓는 진심을 통해 세심하게 그려진다.
쿨하려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쿨하지 못한 이들의 사랑과 인생이 위트와 진중함 속에서 표현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전해지는 이들의 숨겨온 진심과 고뇌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더 깊어지고 몰입도를 높인다.
누구보다도 솔직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연옥과 누구보다 긍정적일 것 같지만 사실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던 정민, 두 사람의 사랑과 인생은 돌고 돈다. 쿨하게 지내는 사이지만 사실 이들의 감정은 뒤엉켜 버렸고 눈에 보이는 관계 또한 복잡하다.
하지만 사랑과 인생에 역시나 쿨함은 없다.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게 사랑이고,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게 인생이기 때문에 이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은 쿨할 수 없다. 이는 극이 진행될 수록 수면 위로 드러나고 이에 따라 표현되는 복잡한 심리와 섬세한 감정이 돋보인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그리기 때문에 두 남녀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옥 역을 맡은 윤유선과 진경, 정민 역을 맡은 성기윤과 조한철의 믿고 보는 연기가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한다.
50대 중년이 되어도 사랑과 인생에 있어서는 쿨해질 수 없다. 솔직하지 못하면 더 그렇다. 두 남녀의 쿨하지 못한 이야기는 결국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자아내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공연시간 100분. 오는 8월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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