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농구선수는 머리를 잘 써야 한다."
미국 남자농구대표팀 타이론 엘리스 코치는 7월 24일부터 8월 7일까지 2주 일정으로 오리온의 스킬트레이닝을 담당했다. 특히 엘리스 코치는 6일 고양체육관 지하 연습체육관에서 오리온 추일승 감독과 함께 유소년, 고교생, 동호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농구 콘서트를 개최, 큰 호응을 얻었다.
추 감독이 구단에 농구 콘서트 개최를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G리그서 성공적으로 코치, 감독 경력을 쌓은 엘리스 코치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농구에 대한 엘리스 코치의 오픈 마인드, 팬 서비스 정신은 대단했다.
엘리스 코치는 우선 유소년, 양정고 선수들,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트리플 쓰렛(슛, 드리블, 패스로 곧바로 이어갈 수 있는 기본자세)을 정확하게 가르쳤다. 그리고 드리블, 패스, 슈팅 기술을 참가자들의 체격과 구력에 따라 달리 전수한 게 눈에 띄었다.
이후 몇 가지 2대2, 3대3 전술을 상세히 지도했다. 특히 2대2 수비전술 중 최근 유용하게 쓰이는 아이스 디펜스(드리블러를 사이드라인으로 몰아 패스라인을 차단, 상대 공격흐름을 둔화시키는 전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공격수들의 대응방법까지 자세히 알려줬다. 이때 추 감독은 구단 통역직원과 함께 일반인들이 알아들을 수 정도로 최대한 풀어서 다시 설명했다.
엘리스 코치도 참가자들, 관중석에 앉은 팬들과 최대한 스킨십을 하면서 이해시키려고 했다. 심지어 콘서트 종료 후 약간의 어수선해진 틈에서도 참가자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고, 몸으로 보여줬다. 디테일했고, 진심이 느껴졌다. 기존 농구클리닉과는 차별화된 부분들이었다.
엘리스 코치가 농구콘서트 참가자들과 관중에게, 그리고 기자와의 인터뷰서 몇 가지 인상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그는 우선 "농구선수는 머리를 잘 써야 한다"라고 했다. 간단한 드릴을 해도 목적의식의 중요성, 나아가 익힌 기술을 실전서 잘 활용하기 위해 수비수를 속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엘리스 코치는 "연습을 많이 해도 머리를 쓰지 못하면 안 된다. 왼쪽으로 치고 들어갈 것 같은 자세에서 수비수를 속이고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앨런 아이버슨이 그걸 잘했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이 각도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왜 이 자리에서 이동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머리를 잘 쓰기 위해 디테일한 준비가 필요하다. 공격수가 머리를 쓰는 만큼 수비수도 공격수를 연구한다.
심판판정에 대해서도 머리를 잘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엘리스 코치는 "심판도 때때로 콜을 잘못할 수 있다. 심판도 콜이 잘못된 걸 안다. 그때 선수가 심판에게 항의하기보다는 '좋은 판정'이었다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어차피 FIBA룰로 진행되는 KBL, WKBL서 주장이 아닌 선수가 잘못된 판정에 항의해도 달라질 게 없다. 선수는 잘못된 판정에 화를 가라앉히고 머리를 써서 오히려 심판을 이해하는 코멘트를 하면 심판들도 다음부터 정확한 판정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게 엘리스 코치 설명이다.
엘리스 코치는 팀 동료간의 신뢰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구콘서트 참가자들과 드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 막힌 패스로 참가자들에게 손쉬운 골밑득점을 유도했다. 이때 몇몇 참가자들이 노마크 골밀슛을 놓쳤다.
그러나 엘리스 코치는 손을 들어 "내가 공을 잘못 넣어줬다"라고 자책했다. 그는 "동료가 실수해도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그 선수도 나를 더욱 믿게 된다"라고 했다.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면서, 팀 에너지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엘리스 코치는 뼈 아픈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선수들이 감독, 코치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라면서 "좋은 문화인데,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라고 했다. 이어 "프로 레벨의 선수라면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농구는 그게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때때로 팀 농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상황에 따라 그럴 수밖에 없는), 그리고 지도자-선수, 선배-후배 수직관계로 경직된 한국농구의 현실을 꿰뚫은 발언이다.
엘리스 코치 발언에는 정체된 한국농구가 틀을 깨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진정성이 있었다. 물론 한국 농구인들이 그가 남긴 발언들을 무조건 흡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귀를 열고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 및 응용해보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추 감독은 앞으로도 상황만 맞으면 비 시즌마다 농구콘서트를 개최하고 싶어한다. 계란으로 바위를 쳐도, 척박한 한국농구의 틀을 깨려는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
[타이론 엘리스 코치(위), 농구콘서트 현장(나머지 사진들). 사진 = 고양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