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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11일 만에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간 속도로 세운 기록으로, 천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흥행 비결을 꼽자면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 등 출연진의 호연과 스토리, 그리고 장훈 감독 특유의 연출법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점이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특히 장훈 감독은 "현대사의 가슴 아픈 비극을 희망적이고 진취적으로 그렸다"라는 송강호의 말처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감동의 깊이를 더하고 공감을 높였다.
6년 만에 잡은 메가폰이었지만 공백이 무색하게 성공적으로 충무로에 복귀했다. 지난 2008년 '영화는 영화다', 10년 '의형제', 11년 '고지전'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운 좋게 작품을 연달아 하고 보니까 영화를 시작했을 때의 그 마음을 잊어버렸어요. 스스로 돌아볼, 생각할 시간도 없었고요. 그때는 영화를 왜 계속해야 하는지 이유가 필요했어요. 그 이유를 찾는데 2년 정도 걸렸죠. 1년은 그저 멍하니 있다가 생각만으로는 안 찾아져서 못 봤던 책들을 읽고 영화 공부를 했어요."
그렇게 슬럼프에서 벗어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던 찰나에 '택시운전사'를 연출하게 됐다. 장훈 감독은 부담감을 느꼈다면서도 "너무 좋은 작품이라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2015년 '택시운전사' 초고가 나왔을 무렵에 연출 제안을 받았어요. 일주일 정도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죠. 전작이 '고지전'이었고 역사적인 무게감 때문에 고민스러웠어요. 이 시대의 비극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중압감이 있었어요."
결국 시나리오에 매료돼 마음을 굳혔다. 그는 "처음엔 저도 관객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김만섭이라는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에 동일시 되면서 공감을 느꼈다. 황태술 기사 등 캐릭터들의 따뜻한 면이 좋았다. 그런 인물들을 따라가면서 시대를 보여주려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택시운전사'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1980년 5·18일 광주 민주화운동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기존에도 광주 항쟁을 다룬 작품들이 있지만 '택시운전사'는 외부인의 시점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초점이 명확하게 달랐어요. 당시 광주는 고립된 상태였잖아요. 왜곡된 보도를 접한 진실을 다르게 알고 있는 만섭이 우연히 따라 갔는데,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인물 중심으로 전하면서 이야기를 객관화하고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죠."
장훈 감독은 "영화는 대중 매체이기에 순화하고 정서적으로 표현했지만 광주민주화항쟁의 실상은 충격적이고 처참하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접한 당시 이야기는 차마 작품에 다룰 수 없을 정도다. 한 번도 그 느낌만큼의 강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과연 무엇일까 싶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없기에 외부인의 시선으로 풀어내 조금이나마 당시 광주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전달됐으면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영화는 사람의 도리에 대해 말한다. 만섭과 위르겐 힌츠페터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에 충실하다는 점. 택시비를 받았으니 손님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태워줘야 한다는 만섭의 도리와 사건이 있는 곳은 어디든 가는 것이 기자라는 위르겐 힌츠페터의 도리에서부터 '택시운전사'는 출발한다.
"'택시운전사'는 보통의 소시민의 이야기에요. 만섭과 위르겐 힌츠페터가 영웅적인 중요한 일을 했지만 비장한 사명감 때문이 아닌 자기가 할 일을 잘한 거라고 생각해요. 되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죠."
장훈 감독은 실제 故 위르겐 힌츠페터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에 다녀온 뒤의 변화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하셔서 답을 듣자마자 기운이 쭉 빠졌다. 영화 속 대사처럼 기자를 시작한 이유가 '돈 때문에'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 역시도 그렇고 모두가 그러하지 않은가. 이 말엔 여러 의미가 있잖아요. 상식적인 대답이라서 더 크게 와닿았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비극적인 역사를 다루면서 부담감이 짓누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위르겐 힌츠페터를 만난 뒤 조금 더 심플해졌다. 이야기를 가공하려 하지 않고 상식적으로 전달하자는 생각의 정리가 됐다"라고 밝혔다.
[사진 = 쇼박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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