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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김종관 감독이 올해도 어김없이 늦여름의 감성을 자극했다. 지난해 '최악의 하루'에 이어 영화 '더 테이블'로 관객들의 마음에 따스한 울림을 일으키며, 극장가에서 작지만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신작 '더 테이블'은 '최악의 하루'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도 하루 동안 펼쳐지는 상황에 포커스를 맞춰 쫄깃하게 담아냈다. 일상의 소소함으로 묘미를 선사한다. 전작과 가장 큰 차별점은 장소를 카페로 한정했다는 점. 오직 카페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주고받는 손님들의 모습으로 러닝타임 70분을 채웠다.
"아침에 일어나 별다방에 가서 시나리오를 썼던 게 '최악의 하루'였어요. 한동안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이렇게 계속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을 때였죠. 카페에 앉아 있는데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저 사람의 표정은 왜 이렇게 상심한 것처럼 보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저와 같다는 공감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 흥미가 생기는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렇게 '최악의 하루'를 쓴 뒤 곧바로 '더 테이블' 대본을 완성했어요."
김종관 감독은 "'최악의 하루'는 산책로, '더 테이블'은 주택가 카페 모두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라고 밝혔다.
'더 테이블'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하루 동안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 머물다 간 네 개의 인연에 찰나의 순간을 들여다본다. 전 남자친구 창석(정준원)을 만난 톱스타가 된 유진(정유미), 하룻밤의 사랑 이후 오랜만에 민호(전성우)와 재회한 경진(정은채), 사기 결혼을 위해 가짜 친정엄마 역할을 해줄 숙자(김혜옥)를 만나는 은희(한예리), 결혼을 앞두고 전 연인 운철(연우진)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혜경(임수정) 등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특히나 '더 테이블'엔 초호화 톱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임수정부터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에 원로 배우 김혜옥까지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신예 정준원, 전성우와 연우진이 힘을 보탰다.
김종관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밝혔다. 그는 "배우들이 작품 하나만 보고 출연했다. 사실상 노개런티 참여나 다름없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네 여배우는 제가 평소 좋아했던 분들이기에 이 작은 에피소드 안에 한 분씩 들어와 준다는 게 저도 참 신기했어요. 김혜옥 선배님, 연우진 등이 함께해준다는 것도 너무나 감동이었고 남자 배우들 캐스팅에도 공을 많이 들였어요."
여배우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관 감독은 "정유미는 표정을 잘 쓴다. 다채롭다. 리액션이 남다르더라"라며 "한예리는 캐릭터의 자세와 딕션 전략을 짜왔더라. 연기에 접근하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정은채에 대해서는 "눈빛이 흡입력 있다. 상대 배우와 엇갈리는 흐름을 눈빛 하나로 잡아나간다"라고 전했다. 임수정에 대해서는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분위기의 힘이 있다. 자기만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게 큰 무기라는 걸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촬영 기간, 저예산의 제작비로 만든 영화이지만 완성도 만큼은 뛰어나다. 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미쟝센, 공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눈길을 끈다.
"제가 미쟝센의 밀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네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인상으로 남기 위해 디테일하게 신경 썼어요. 그렇다고 또 같은 스타일로 표현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묘하게 다르게 보이도록 연출했어요. 각 에피소드의 무드에 맞게 오전, 해질녘, 밤 등에 배치하기도 하고요. 감성을 더하기 위해 소품도 하나하나 체크해 배치했어요."
"요즘 다혈질적이고 뜨거운 영화들이 많은데 그런 영화도 물론, 재밌겠지만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더 테이블' 같은 다른 이야기에 집중하는 관객들도 분명 있다고 봐요.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이렇게 작은 영화를 하다 보면 가끔은 정말 바위에다가 계란을 던지는, 벽과 싸우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겁도 나지만 이걸 잘 넘겨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경이에요. 전 영화가 너무 좋아요. 오래도록 영화 하고 싶어요."
[사진 =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영화 '더 테이블' 포스터]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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