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좋은 스윙에만 집중했다."
KIA 로저 버나디나가 9일 광주 삼성전 연장 11회말 1사 1루서 삼성 박근홍에게 끝내기안타를 쳤다. 버나디나의 KBO 첫 끝내기안타. 그는 "미국에서도 3번 정도 쳤다"라고 돌아봤다. 역시 쉬운 기록은 아니다.
타자가 끝내기안타를 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경기 막판 박빙 상황서 좋은 구원투수-포수와의 수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다만 KBO리그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끝내기안타 자체가 놀라운 기록은 아니다. 타고투저인 탓에 불펜진의 방화가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나디나의 끝내기안타는 3루타로 기록됐다. 이날 전까지 KBO리그 27년 역사상 단 14번만 나온 진기록. 올 시즌에도 처음 나왔다. 기록원이 버나디나가 3루를 밟는 걸 봤기 때문에 끝내기 3루타로 인정 받았다.
버나디나의 타구는 큼지막했다. 우중간을 완벽하게 갈랐다. 애당초 삼성 외야진이 제대로 처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삼성 외야진, 버나디나, 1루 주자 김주찬 모두 최선을 다해 수비와 주루를 했다.
삼성은 승부를 걸었다. 김주찬이 2루, 3루를 돌아 홈으로 파고들 때 포기하지 않고 중계플레이를 했다. 정확하게 홈으로 송구했다. 결국 김주찬의 발이 빨랐다. 그 사이 버나디나도 최선을 다해 3루를 밟고 동료와 기쁨을 만끽했다.
끝내기안타 때 타자가 장타성 타구를 날려도 1루를 밟고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자가 역전 득점을 올리는 순간 경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물론 김주찬이 1루에서 홈까지 들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당연히 삼성도 김주찬을 잡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고 해도 버나디나가 3루까지 들어간 건 놀라웠다. 1사였다. 만약 김주찬이 홈에서 아웃 된다고 해도 버나디나가 2루 정도에서 멈춰도 찬스는 이어졌다. 더구나 다음타자는 타점 1위 최형우. 버나디나가 무리하게 3루까지 파고들 이유가 없었다.
정황상 버나디나가 2루를 밟은 뒤 탄력을 받아 3루까지 밟은 듯하다. 어쨌든 공이 홈으로 송구 되는 상황서 버나디나가 3루까지 향한 건 김주찬이 아웃될 경우에 대비, 후속타에 득점 확률을 높이는 플레이였다. 버나디나의 집중력이 돋보인 장면. 3루타로 기록되면서 버나디나의 루타수가 그만큼 올라갔다. 개인기록에도 보탬이 됐다.
따지고 보면 버나디나가 시즌 초반 어렵게 KBO리그 적응에 성공한 뒤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는 것도 남다른 집중력 덕분이다. 그는 "타석에서 생각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야구가 잘 풀리지 않는다. 그저 좋은 스윙에만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형우가 박근홍이 컨디션이 좋을 땐 직구 구위가 좋다는 얘기를 해줬다. 박흥식 타격코치도 박근홍이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를 보유한 투수라는 걸 얘기해줬다. 그런 부분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중요한 정보만을 머리 속에 넣은 뒤, 최대치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버나디나는 타율 0.329에 23홈런 99타점 110득점을 기록 중이다. 1타점만 더하면 3할-20홈런-100타점-100득점을 완성한다. 득점은 손아섭(롯데, 106개)을 제치고 리그 단독선두. 끝내기 안타 이후 남다른 주루 집중력을 보여준 것처럼 득점 1위 역시 최선을 다한 주루의 결과물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 그 집중력이 KIA에 큰 도움이 된다. 버나디나는 "100타점은 꼭 하고 싶다. 시즌 초반 1번 타자로 뛸 때 최형우나 안치홍이 좋은 타격을 해줘서 득점 1위를 하고 있다. 팀 동료들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버나디나. 사진 = 광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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