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의 가장 큰 승부처는 8회말이었다. KIA는 3-5로 뒤졌다. 무사 1,2루 동점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안치홍이 3루수 병살타로 돌아섰다. 이범호도 2사 2루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이 승기를 완벽히 굳힌 순간이었다.
두산이 2루수 오재원의 돌출행동을 극복한 순간이기도 했다. 선두타자 최형우가 함덕주의 2구를 잡아 당겼다. 타구는 빗맞았다. 우측 내야를 살짝 벗어난 지역에 자리 잡은 2루수 오재원을 향해 느리게 굴러갔다. 최형우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무난히 땅볼 아웃이 예상됐다.
그러나 타구는 내야 그라운드에서 외야 잔디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갑자기 크게 튀더니 오재원의 키를 넘겨 우익수 민병헌 앞으로 굴러갔다. 불규칙바운드. 최형우는 1루에 안착했다. KIA의 행운이자 두산의 불운이었다.
그러자 오재원이 글러브를 벗어 그라운드에 내동댕이 쳤다. 타구를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분노로 표출됐다. KIA챔피언스필드의 KIA 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돌출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 오재원의 강한 승부욕이 드러난 장면.
오재원은 현재 두산 내야진의 사령관이다. 타격 컨디션, 타선의 짜임새만 놓고 보면 최주환이 주전 2루수로 나서고 닉 에반스가 지명타자로 나서는 게 이상적이다. 그러나 김재호가 선발 출전하기 힘든 상황서 오재원마저 빼긴 힘들다. 김태형 감독이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2루 수비만큼은 팀 내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플레이오프서도 안정된 수비로 내야진의 안정감을 끌어올렸다. 경험이 부족한 유격수 류지혁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정감을 안겼다.
그런 오재원이 돌출행동을 했다. 이후 두산도, 오재원도 충분히 흔들릴 수 있었다. 실제 플레이오프부터 언터쳐블급 활약을 펼친 함덕주가 뜻밖의 피안타 이후 나지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심리적으로 흔들렸다는 증거.
하지만, 두산과 오재원은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일단 김 감독의 투수교체가 적절했다. 무사 1,2루서 과감히 마무리 김강률을 투입했다. 김 감독은 "덕주가 좀 더 끌고 가길 바랐으나 승부를 걸었다"라고 말했다. 강속구를 지닌 김강률은 안치홍과 이범호를 차례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더 중요한 건 오재원의 행동이었다. 안치홍의 병살타 직후 3루수 허경민이 순간적으로 3루를 비우고 김강률 쪽으로 향했다. 기쁨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오재원은 냉정했다. 함께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3루를 가리키며 허경민에게 돌아가라고 외쳤다. 인 플레이였다. 순간적으로 2루 주자가 3루로 갈 수 있었다.
실제 2루 주자 신종길이 3루에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허경민이 좀 더 베이스를 오래 비웠다면, 그리고 오재원의 시그널이 없었다면 신종길이 3루에 갈 수도 있었다. 오재원은 돌출행동을 했지만, 거기서 자신을 다잡고 내야진의 리더다운 모습을 발휘했다. 흔들리지 않고 조그마한 리스크에 대비했다.
김 감독은 "오재원은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선수들이 단기전서 집중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그런 제스처가 나올 수 있다"라고 했다. 오재원의 돌출행동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 흔들리지 않고 내야진을 다독인 걸 높게 평가 받아야 한다. 결국 두산은 8회말 위기를 넘기고 한국시리즈 1차전을 잡았다.
[오재원. 사진 = 광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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