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용승 감독을 신뢰했어요. 전작 ‘10분’의 디테일이 너무 좋더라고요.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메시지가 고루 담겨 있어서 선택했죠.”
영화 ‘7호실’은 찰리 채플린의 말을 연상시킨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신하균이 맡은 인물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을 운영하는 두식이다. 전세보증금 빼서 올인했는데, DVD방은 파리만 날린다. 태정(도경수)의 알바비도 200만원이나 밀렸다. 대리운전을 뛰며 겨우 입에 풀칠하는 신세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DVD방을 팔아 새로운 일에 나서려고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이 꼬여간다.
“처절하게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보니까 멀리서보면 우스꽝스럽게 보이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식도 성실하게 살아왔을 거예요. 직장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아내와는 이혼하고…. 혼자 있기 뭐하니까 전세보증금 빼서 DVD방을 차렸는데, 잘 안되니까 조바심이 나는거죠.”
두식은 감정 변화 폭이 크다. 부동산을 박차고 들어가 난장판을 만드는가 하면, 월세를 올리려는 건물 관리인을 찾아가 휘발유를 뿌리고 자살 소동을 벌인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만면에 미소를 띠고 부드러워진다.
“두식 캐릭터가 흥미롭죠. 화를 내다가도 비굴해지기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기도 하고요. 저는 안쓰러운 인물에 정이 가요.”
그는 집에 있는 때 뉴스전문TV를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동생이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자영업자의 애환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찍다보니 권리금, 보증금, 월세 등 전문 용어가 입에 달라붙지 않아 애를 먹었다.
어느덧 20년차 배우가 됐다. 언제나 백지상태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캐릭터의 정서나 감성을 빨리 흡수해야하기 때문에 늘 예민한 상태로 지낸다.
“현장에서 조금 유연해졌죠. 스태프에게 불안감과 긴장감을 안 들키는 정도의 능력만 생긴 것 같아요(웃음). 배우를 스스로를 괴롭혀야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 그래야 관객이 편하게 볼 수 있거든요.”
데뷔 초에는 말주변이 없었다. 이제는 농담을 던지는 여유가 생겼다. 취미생활도 늘었다. 2년 넘게 스쿠버 다이빙에 흠뻑 빠졌다. 장남감을 좋아해서 쉴 때는 레고를 조립하며 시간을 보낸다. ‘배트맨’ ‘아이언맨’ 등 피겨 시리즈도 잔뜩 사모은다.
“최근엔 여행에 취미를 붙였어요. ‘7호실’ 끝내고 아이슬란드에 갔는데, 멋진 오로라를 보고 왔죠. 꽉 막힌 공간에서 촬영하다 탁 트인 공간을 가니까 그렇게 좋을 수 없더라고요.”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는 20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하늘이 내린 선물이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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