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강렬하고 대담한 상상력이다. 그리고 논쟁적이다.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는 한반도 핵전쟁 시뮬레이션을 통해 강대국에 둘러싸인 채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의 딜레마에 나름의 해법을 내놓는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야할 화두를 던진다.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는 북한 쿠데타 발생 직후 개성공단에서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한국으로 내려온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임기 마지막을 앞둔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며 미국에 선제공격을 요청한다. 북한 1호가 한국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엄철우와 함께 비밀작전을 세운다.
영화제목 ‘강철비’는 실제로 존재하는 클러스터형 로켓 탄두의 별칭으로, 살상 반경이 커서 전세계 140여개국 이상이 사용 금지협약을 맺을 정도의 강력한 무기를 말한다. 언제든 가공할만한 무기가 비처럼 쏟아질 수 있는 한반도에서 최악의 전쟁 시나리오를 펼쳐내는 이 영화는 에두르지 않고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스토리와 선명한 주제의식으로 시종일관 힘차게 내달린다.
쿠데타를 둘러싼 북한의 혼란과 군부의 오판, 대선 이후 정권 이양기 상황에서 힘이 빠진 한국 정치권, 한반도와 거리를 두며 실리를 챙기려는 중국, 전쟁 비용을 계산하느라 바쁜 미국 등 각 국가들의 현실적인 조건과 이해타산이 맞물리며 점차 위기로 치닫는 이야기를 제법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핵전쟁 위기 속에서 민중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분단체제를 이용하려는 세력을 향해 뚜렷한 반대입장을 드러내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현실의 한반도와 오버랩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지드래곤의 ‘삐딱하게’와 ‘미씽유’는 각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각각 외교정책과 두 철우의 우정을 은유한다. ‘강철비’는 강대국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삐딱하게’ 한국의 갈 길을 가자고 설득하는 영화다. 과감한 주장을 담은만큼 논쟁은 불가피하다. 극중에 등장하는 진보 성향의 대통령 정책과는 맞지 않는 해법은 그 자체로 다양한 해석을 불러올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 철우는 영화제목과 같은 ‘강철비’의 뜻을 갖고 있다. 남북한의 두 강철비가 핵전쟁을 막아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중의적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니까, 제목의 뜻을 클러스터형 로켓 탄두가 아니라 두 철우의 우정과 신념으로 읽는다면 ‘강철비’가 지닌 반전, 평화의 메시지가 깊게 다가올 것이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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