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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이 상은 세상 모든 부모님께 드립니다."
아버지는 위대했다. 12월 31일 '2017 KBS 연기대상'에서 마지막으로 이름이 불린 주인공은 '아버지가 이상해'의 아버지 김영철과 '황금빛 내 인생'의 아버지 천호진이었다.
시상자로 나선 지난해 대상 수상자 송중기의 입에서 "김영철, 천호진"이라는 이름이 호명된 순간, 시상식장의 모든 후배 배우들은 기립해 두 선배 배우를 향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 오른 김영철은 "17년 전 궁예로 큰 사랑을 받은 기억이 생생한데 또 이렇게 큰 영광을 안았다. '아버지가 이상해' 같은 좋은 작품을 만난 덕이다"며 "'아버지가 이상해'의 감독, 작가, 배우들에게 고맙다. 아들, 딸을 연기한 배우들과는 트로피를 쪼개서 같이 받겠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담담한 표정으로 말문을 연 천호진도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감히 이 상을 받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 같아서, 이 상은 세상 모든 부모님께 드리겠다"는 말로 벅찬 소회를 털어놨다.
두 배우는 올 한 해 시청자의 눈물샘을 여러 번 자극한 '아버지'였다. 김영철은 지난 8월 종영한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살인자의 누명을 쓴 뒤, 자식들에게 그 한(恨)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친구의 이름을 빌려 살아 온 굴곡 많은 아버지 변한수를 연기했다.
자식들을 위해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마음의 짐을 짊어졌지만, 이 사실이 밝혀진 뒤 오히려 자식들을 향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집행유예 선고 후 "그 때는 죽이지 않았다고 얘기해도 믿어주지 않더니, 이젠 제가 잘못 했다고 말하는 데도 왜 벌을 안주십니까"며 오열한 그의 연기는 대상의 자격을 증명하는 올해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아버지가 이상해'의 후속작인 '황금빛 내 인생'에서는 그 애잔한 아버지의 모습을 천호진이 이어받았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태수 역을 맡은 천호진은 가족들을 위해서 평생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그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는 슬픈 가장의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최근 회차에서는 서태수가 심해지는 위암 증세에 삶을 정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욱 큰 감정의 파도를 예고한 상태다.
오랜 시간 드라마 속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은 주목 받는 자리가 아니었다. 젊은 시절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린 이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한걸음 물러나 과거의 자신처럼 주목받는 이들을 보조하는 자리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김영철과 천호진의 수상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난 2000년 '태조왕건'에서 궁예 열풍을 일으키며 대상을 수상한 김영철은 17년 만에 또 하나의 트로피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1983년 MBC 1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소시민부터 악인까지 폭 넓은 연기를 선보여 온 천호진도 데뷔 34년 만의 연기대상으로 자신의 전성기는 과거의 어느 순간이 아닌 현재임을 선언했다.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에게 바치는 대상.” 두 사람의 수상은 이 모습을 지켜보는 수많은 중장년 시청자에게 의미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영철, 천호진. 사진 = KBS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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