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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밴드 기프트의 목소리를 처음 접한 건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OST를 커버한 영상이었다. 원곡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여린 목소리로 부르짖는 보컬 이주혁(24)의 목소리가 곡의 애절함을 높인 훌륭한 커버였다. 실제로 유튜브 조회수 150만을 돌파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였다.
그때는 그들이 기프트란 사실을 몰랐으나, 인터뷰를 준비하며 접한 기프트의 음악은 두근거렸다. 단지 '너의 이름은.' OST 커버로 평가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특히 이주혁의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바탕으로 서정적인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감성 밴드였다.
기타 겸 리더 김승태(27), 드럼 정휘겸(25), 보컬 이주혁, 베이스 김형우(23)로 구성돼 자라섬 음악경연대회 대상, 야마하 아시안 비트 최우수상에 이어 2017 올댓뮤직X인디스땅스에선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신인이기도 하다.
기프트의 노래에는 진심만 가득했다. 'Stay the same(스테이 더 세임)'을 통해선 기프트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고, 친구의 아픔을 이해해주지 못했던 미안함을 담은 노래 'On your way(온 유어 웨이)'에선 기프트의 솔직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벗기기 직전의 선물 같은 설레는 밴드. 기프트를 만났다.
- 올댓뮤직X인디스땅스에서 수많은 팀과 경쟁 끝에 우승했다. 당시 소감은.
주혁 "다들 활동 경력이 많은 선배님들이라 저희 스스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저희의 풋풋한 모습을 좋게 봐주신 덕분이다."
휘겸 "심사위원 점수 외에 인터넷 투표도 합산했는데, 다른 팀들은 이미 팬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 저희는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점수가 내려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1등을 하니까 기분은 좋았지만 이걸 우리가 받아도 되나 싶었다(웃음)."
- 우승한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형우 "처음 시작할 때는 팬 분들이 거의 없었다. 근데 점점 진행되면서 팬 분들이 늘었고, 저희의 실력도 늘어가는 것을 좋아해주셨지 않나 싶다. 저희 힘으로만 우승한 것은 아니다. 팬 분들의 사랑 덕분이다."
-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
형우 "고등학생 때 입시 미술을 준비했는데, 너무 다 똑같은 그림만 그려야 하는 게 싫었다. 사실 음악이 저에겐 도피처였던 것 같다. 형이 취미로 베이스를 쳤는데, 그걸 제가 우연히 쳐보게 되면서 음악으로 진로를 정하게 되었다."
휘겸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저도 적성에 맞지는 않았다. 고3 때 진로를 결정하며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연출과를 지망했지만, 다 떨어졌다. 그 시절 '내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지?' 하고 찾다가 어릴 때부터 계속 취미로 해왔던 게 음악이었더라. '그래 일단은 하고 싶었던 걸 해보자' 싶어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면서 지내다가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주혁 "거제도 출신이다. 중학생 때는 MP3 플레이어도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제이슨 므라즈가 노래하는 것을 봤다. 제가 원하던 목소리였다. 그 이후에 부산에서 학원을 다녔다. 근데 오히려 못하겠더라.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대로 하니까 제가 더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에는 저 혼자 노래를 공부하게 되었다."
승태 "중고등학생 때 하루에 몇 시간 씩 베이스를 쳤다. 누나가 재즈 드러머라 어머니는 아들, 딸 다 음악을 하기보다 아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길 바라셨다. 그래서 공부해서 대학에 갈 테니 그 이후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달라고 했다. 1년 동안 미친듯이 공부를 해서 대학에 진학했고, 동아리 활동하며 음악을 계속하게 됐다. 이후 군대에 다녀왔고, 복학하기 전 꿈 같았던 홍대에 가고 싶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보자' 하는 마음에 대구에서 홍대로 왔다. 지인 한 명 없는데 달랑 기타 하나 들고 올라왔다. 그러면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한테 말을 걸면서 팀을 구하고, 주혁이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 이주혁 군의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평소 말할 때와 노래할 때가 다르게 들리는데.
주혁 "어릴 때부터 목소리가 걸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근데 전 변성기도 없었다. 그러다 중학생 때부터 노래가 하고 싶었고, 미성을 동경하게 됐다. 그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지금의 제 목소리를 만들어 냈던 것 같다."
- '너의 이름은.' 커버 영상을 보면 J록의 느낌도 있다.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나.
휘겸 "사실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밴드는 콜드플레이와 the 1975다. '너의 이름은.' 커버는 영화를 보고 온 형우가 '주혁이 형 목소리가 나와'라고 하길래, 다같이 영화를 보게 됐고, 그때 모두가 '커버를 해보자'는 결심이 생겨서 하게 된 것이다."
- 이주혁 군은 MBC '듀엣가요제'에도 출연해 장미여관 육중완 씨와 우승까지 차지했다.
주혁 "사실 멤버들은 '듀엣가요제' 출연에 부정적이었다. 저도 가창력이 안돼서 망신 당할까봐 걱정됐지만, 팀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육중완 형님께서 정말 잘해주시고, 노래를 할 때도 감성적으로 저한테 맞춰주셨고 감사했다."
- 밴드로 살아가며 생계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지는 않나.
형우 "웨딩홀에서 연주하는 알바를 한 적도 있다. 전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기프트를 만나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일을 안하고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같이 음악 하는 동료들도 있으니까, 좀 더 날 믿어보자'는 생각이다"
- 음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휘겸 "공연할 때마다 행복하다. 사실 연습이나 곡을 쓰는 것은 재미있긴 하지만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라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공연할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행복하다. 최근에는 항상 보러 와주시는 팬 분들도 생겼다."
주혁 "저도 공연하면서 행복하다. 그리고 신곡 작업을 하고 사운드 개편을 하면서, 관객 분들에게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상상할 때 행복을 느낀다."
[베이스 김형우, 기타 겸 리더 김승태, 보컬 이주혁, 드럼 정휘겸(첫 번째 왼쪽부터). 사진 = 더제이스토리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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