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한국영화의 악역은 대부분 남자였다. ‘염력’은 역발상을 시도한다. 정유미는 대형 건설회사 일하는 홍 상무 역을 맡았다. ‘젊은 여자가 어떻게 상무 직책을 수행할 수 있을까’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큰 소리로 웃으며 직원을 시켜 철거 용역 담당자를 묵사발 낸다. 게다가 빠져나갈 구멍까지 만들어 놓는 치밀함을 보인다.
연상호 감독은 “‘킹스맨’의 발렌타인(새뮤엘 잭슨) 같은 느낌이 났다”라고 평했는데, 과연 그렇다. 발렌타인 역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함으로 어필했다. 정유미는 ‘젊고 예쁜 여자’라는 선입견을 깨며 해맑은 모습의 악역으로 보다 강렬한 충격을 준다.
압권은 그가 경찰서에서 초능력 소유자 석헌(류승룡)과 대면하는 모습이다. 정유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지는 적나라하게 설명하며 석헌을 꽁꽁 묶어놓는다. ‘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유미가 아니라면, 과연 어떤 배우가 할 수 있었을까.
‘해맑은 악역’은 정유미와 연상호 감독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캐릭터다. 시나리오에는 평면적인 역할에 그쳤지만, 촬영장에서 팔딱팔딱 살아숨쉬는 인물로 거듭났다. ‘부산행’에서 호흡을 맞췄던 둘의 애드리브가 빛난 순간이었다.
‘염력’ 이후에 앞으로 충무로에서 다양한 버전의 악역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유미는 그만큼 강렬했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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