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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흥부', 가히 설 극장가 기대작으로 꼽힐 만하다. 정우, 故 김주혁, 정진영부터 유망주 정해인까지 황금 라인업에 명품 제작진 군단을 완성하며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메가폰을 잡은 조근현 감독. 충무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던 그다. '장화, 홍련' '형사 Duelist' 등 현대물, 사극 장르를 넘나들며 미술을 책임진 바 있다.
이후 '봄' '26년' 등을 통해 연출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신작 '흥부'를 내놓은 것. '흥부'는 고전소설 '흥부전'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조선 후기 사회상을 담은 스토리 안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 사극.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정우)가 남보다 못한 두 형제 조혁(김주혁), 조항리(정진영)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든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쯤 '흥부' 연출 제안이 들어왔어요. '와, 흥부전을 재해석하다니' 흥미로웠죠. 굉장히 신선했어요. 미술감독을 맡으면서 사극을 많이 작업한 편이기에 자주 연출 제안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안 끌렸었어요. '흥부'는 좀 달랐죠."
참신한 시나리오가 조근현 감독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은 것. 그도 그럴 것이 백미경 작가가 대본을 썼다.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로 안방극장을 꽉잡았던 그가 '흥부'로 스크린까지 접수에 나선 것. 백미경 작가의 첫 충무로 데뷔작이자 사극 장르물이다.
"백미경 작가님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세요. 글이 단숨에 읽히고 대사 하나하나가 좋았어요. 영화판에선 볼 수 없던 다른 맛이 있다고 해야 하나, 신선함을 느꼈어요. 제안받고 저도 백미경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죠. 실제로 만나 뵈니 굉장히 똘똘하시고, 더욱 믿음이 갔어요."
특히 '흥부'는 조선 헌종 14년 때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는데, 현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조항리는 국정농단 사건 주범들을 떠올리게 하고, 결국 백성이 횃불을 들고 맞서는 장면은 광화문 촛불 혁명이 스치기도 한다. 조근현 감독은 "은연중에 영향을 받았다"라고 제작 당시를 회생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영화가 기획될 때만 하더라도 탄핵을 예상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그저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염원을 담아서 찍었는데 이상하리 만치 맞아떨어졌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권선징악의 메시지는 이미 수천 년 동안 내려오던 것이잖아요. 그냥 설정의 하나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심각하지 않게, 비비 꼬지 않고 만들었어요. 즐기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제가 처음 연출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가장 변화한 건 관객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에요. 사실 처음에는 제 이야기의 설득력과 완성도를 따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며 관객 입장으로 가고 있죠. 영화를 만드는 행위 만큼이나 중요한 게 보는 행위인데 과연 배려가 있었는지, 간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돌아보게 됐어요."
'흥부'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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