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마이데일리 = 평창특별취재팀] 4년 전 ‘피겨여왕’ 김연아가 은퇴하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게 사실이다. 마땅한 후계자 없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떠나면서 안방에서 열릴 피겨가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김연아를 보고 올림픽 무대를 꿈꾼 ‘연아 키즈’들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유감 없이 뽐내며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김연아 한 명만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여자 싱글의 최다빈(수리고), 김하늘(평촌중)부터 남자 싱글 차준환(휘문고), 피겨 페어 김규은-감강찬,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등 전 종목에 걸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일궈냈다.
‘포스트 김연아’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최다빈은 부상과 부츠 문제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는 슬픔을 딛고 최고의 연기를 펼쳐 모두를 감동시켰다.
지난 11일 치러진 피겨 팀이벤트 단체전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최다빈은 65.73점으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6위에 올랐다. 그리고 21일 열린 개인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또 한 번 최고점을 67.77점으로 끌어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최종 8위로 쇼트를 마친 최다빈은 김연아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10위권에 오른 최초의 여자 싱글 선수가 됐다.
최다빈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틀 뒤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개인 최고점인 131.49점을 받으며 총점 199.26점으로 200점에 조금 모자란 시즌 베스트를 경신했다. 동시에 최종 7위로 김연아 이후 올림픽 최고 성적으로 평창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늘의 엄마를 위해 모든 걸 쏟은 최다빈은 “엄마가 계셨다면 꼭 안아주셨을 것이다”고 눈물을 보이며 “연아 언니를 보고 올림픽을 꿈꿨는데, 응원까지 와줘서 너무 든든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연소 국가대표 김하늘도 모두를 감동시키는 연기를 선보였다. 작은 소녀는 149cm의 작은 키를 극복하고 생애 첫 올림픽에서 개인 최고점인 175.71점으로 전체 24명 중 13위에 랭크됐다.
김하늘은 “힘들었던 연습 과정을 생각하니까 눈물이 났다”며 “사실 키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가족들이 모두 작아서 어릴 때부터 클 거라 기대 안 했다. 그래서 엄마한테 원망을 많이 하기도 했다. 그래도 단점보다 내가 가진 장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자 싱글에서는 ‘남자 김연아’로 불리는 차준환이 가능성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대회 내내 감기 몸살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차준환은 특유의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클린 연기를 보여줬다.
비록 최종 순위는 15위에 그쳤지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점인 248.59점을 기록하며 다음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더욱 기대케 했다.
실제로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이 동계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건 1998년 나가노 대회 이규현 이후 22년 만이었다. 차준환에겐 올림픽이란 무대를 경험한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차준환도 “굉장히 힘든 일이 많았다. 이번 시즌은 못 잊을 것 같다. 팬 분들이 태극기를 흔들어주고 하는데 진짜 힘이 됐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더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이스댄스의 민유라-겜린 조도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프리 댄스에 진출해 감독적인 ‘아리랑’을 선보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성적과는 별개로 반드시 한복을 입고 아리랑 연기를 펼치고 싶다던 둘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피겨 페어에선 김규은-감강찬이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도 프리스케이팅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김규은은 자신의 실수에 눈물을 보였지만, 감강찬과 함께 평창올림픽에서 보여준 도전과 열정은 매우 값진 결과였다. 둘에겐 성적 그 이상을 얻은 대회였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