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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올림픽에서 자랑스런 은메달을 목에 건 봅슬레이 대표팀이 막막해진 미래에 한숨을 쉬었다.
이용 총감독(40)과 원윤종(33·강원도청), 김동현(31·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 전정린(29·강원도청)으로 이뤄진 한국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팀 원)은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대표팀은 지난달 마무리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열악한 인프라를 극복하고 은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이들은 2월 25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봅슬레이 오픈 4인승 경기서 1~4차 주행 합계 3분16초38을 기록하며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초 이번 인터뷰는 평창올림픽의 감동과 소감을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물론 선수들의 은메달의 소감을 전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이용 총감독은 이 자리를 통해 대회 이후 뚝 끊겨버린 정부의 지원에 강한 비판과 호소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직후 봅슬레이의 적은 선수단과 예산 부족 이유로 상비군 해체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 유일의 스켈레톤봅슬레이 경기장인 슬라이딩센터의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사실상 슬라이딩센터가 폐쇄된다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2016년부터 예산을 받아 선수 15명, 지도자 4명으로 구성된 상비군을 운영했다. 그들이 트랙 점검을 하고 대표 선수들과 동등하게 훈련해서 기록 차이를 보는 등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3월 훈련부터 예산 부족의 이유로 바로 해산됐다. 육성 차원에서 어린 선수들을 상비군에 포함했는데 해산돼서 이제 미래가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원윤종은 “실전 훈련 장소가 유일하게 생겼는데 올림픽 이후 시설을 사용할 수 없으면 경기력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회 전에는 슬라이딩 훈련 장소가 없으면 해외 썰매장을 빌려서 훈련해야 했다”라며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국가대표 역량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회가 국내에서도 유치됐으면 좋겠는데, 슬라이딩센터 폐쇄되면 그런 기회는 없다. 아시아에서 이제 이 종목이 싹을 트고 있는데 그 싹이 죽어 버릴까봐 우려가 된다”라고 말했다.
김동현과 전정린 역시 “경기장이 없다는 건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걸 의미한다. 이제 희망을 봤고, 발전을 겪고 있는데 시대를 역행한다니 아쉽다. 후배들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라며 “3월에 이제 몇몇 선수들은 볼 수 없다.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정부 측에 예산 마련을 강하게 호소했다. “결국 모든 건 돈이다”라고 운을 뗀 이 감독은 “상비군 운영에 1년에 8억원이 든다. 이제 막 유소년 팀들이 많이 생긴 만큼 육성이 체계화돼야 한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전혀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가장 피해보는 건 선수들이다”라며 “우리 선수들은 할 만큼 했다. 상비군 또한 경기 나가는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썰매 정비부터 날 관리, 썰매 이동까지 역할이 컸다. 그래서 4인승 메달이 나왔다”라고 상비군의 역할을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뚝 끊긴 지원과 점점 저조해지는 관심에 이들은 다시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겪어야 한다. 이 감독은 “(우릴 향한 관심이) 올림픽 이후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이다. 이제 세 달 뒤 축구 월드컵이 있고 우린 자연스레 잊혀진다. 4년 동안 해결방안 없이 고통스럽고 배고픈 시절을 보내야한다”라며 “우린 소수 인원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등록 인원이 100여명이 안 된다. 정부에서 등록 선수에 비례해 가치를 판단하지 말고 이 작은 인프라 속에서 어떻게 메달이 나왔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시스템에서도 메달이 나왔는데, 지원이 이뤄지면 더 잘할 수 있다. 베이징에서 한국 선수 두 명이 포디움에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겠다”라고 지원을 호소했다.
[봅슬레이 대표팀이 7일 오전 서울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에서 진행된 봅슬레이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정린, 이용 감독, 원윤종, 김동현(첫 번째), 이용 감독(두 번째).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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