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당당하고 솔직하다. 목표가 뚜렷하고 행동력도 있다. 똑똑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캐치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모델 나재영은 그렇게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고, 자신을 알렸다.
지난해 갓 데뷔한 모델 나재영에 대한 업계 관심이 뜨겁다. 지난 1월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지방시 (Givenchy)의 파리2018 FW 오뜨꾸뛰르 패션쇼에 선 그는 모델계의 레전드인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을 비롯 세계적인 톱모델들만이 오를 수 있다는 지방시 쇼에 아시안 남자모델 최초로 발탁, 시선을 사로 잡았다.
첫 해외 진출에서 연일 유럽의 빅 쇼에 모습을 보이며 남다른 시작을 알린 나재영은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달 열린 2018 F/W 헤라 서울패션위크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나재영은 "해외에 갔다온 뒤 일이 더 많아졌다"며 "단기간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한 것도 많다"고 운을 뗐다.
그의 단기간 활약은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나재영 본인이 충분히 계산하고 준비한 뒤 움직인 결과물이다. 그는 "올해 스물여섯살인데 모델 중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라 냉정하게 바라봤다"며 "앞으로 활동하는데 있어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사실 모델을 처음 시작했을 때 9개월 정도는 흐지부지 따라가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 나이 생각도 하게 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분야에서 빨리 치고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보니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잡아갈지 더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스키니한 몸매에 시크한 표정, 한 번 더 바라보게 하는 개성 있는 장발 스타일의 중성적인 매력. 이 모든 것이 그의 캐릭터 고민 결과 탄생한 것이었다. "확실히 캐릭터를 잡고 하다 보니 슬슬 반응이 오더라. '하면 안 되는 거 없구나'를 느끼며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델 일을 하며 블루오션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많은 작업을 하다 보니 저한테 중성적인 매력이 있다는 걸 좀 찾았죠. 그래서 '이 상태에서 머리 길러 보는건 어떨까' 했어요. 머리를 바로 기를 수 없어 붙였는데 괜찮았고, 반응도 좋았어요. 해외 자료 조사를 해보니 이렇게 긴 머리에 앞머리를 가진 동양 모델이 없어서 '이거 해볼만 하다' 싶었죠."
나재영은 캐릭터를 잡기 직전까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까지 받았다고. 짧은 활동이었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끌려 가다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이란 걸 깨달았다. 모델 활동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고, 계속 이 업계에 있기 위해선 자신만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는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인프라를 넓혔다.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 과거 독하게 대학교 편입을 준비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또 학창 시절 거의 3시간만 자며 공부했을 만큼 한다면 하는 그였기에 한 번 마음 먹은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그를 더욱 들뜨게 했다.
"정신적으로 뭔가 무장이 된 것 같아요. 버릴 건 빨리 버리고 쟁취하고 싶은 것을 빨리 얻자는 주의거든요. 냉정하게 얘기하면 사실 전 타고난 게 아니고 자신을 만들어 나간 거예요. 시대별로 트렌드가 있고, 한계가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근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선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만 갖고 있는, 대체불가능한 무언가가 없으면 아예 답이 안 나오는 싸움이죠. '해볼만 한데?'는 되어야 해요. 그게 진짜 그 사람의 매력을 찾게 해주는 거죠."
사실 나재영이 처음부터 모델을 꿈꿨던 건 아니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학창시절 패션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그저 명문대에 가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로 인해 패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옷을 잘 입는 친구였어요. 당시 제겐 일종의 외래 문물이 들어온 거나 다름 없었죠.(웃음) 친구가 옷을 너무 잘 입어서 '나도 쟤처럼 입고싶다'라는 마음이 되게 강했어요. 그래서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잡지를 본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저도 잡지를 보면서 바뀌기 시작했어요. 이후 대학에 진학하고 그때의 영향이 있는지 옷에 흥미를 갖게 돼서 의상학과로 편입하게 됐죠."
그러나 옷을 좋아하는 것과 옷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달랐다. 때문에 나재영은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 때 한 선배가 나재영에게 모델을 제안했다. 그렇게 모델 아카데미에 발을 들이면서 현 소속사 몰프 엔터테인먼트도 만났다.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엄청난 것들을 많이 경험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트렌드에 맞춰 변화할 것인가, 아이콘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아이콘으로서 롱런할 수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엔 트렌드에 맞춰 가야 롱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변화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하죠. 목표를 두고, 계획하고 만들어 나가야 더 다양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재영의 치밀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생각하는대로 움직인다"고 밝힌 나재영은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며 산다. 또 목표를 딱 정해놓고 말로 내뱉으면 그 목표를 위해 자연스럽게 변한 나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활동에 있어 구체적인 계획을 다 세워 놨어요. 모델 일도 그렇고 미래에 대해서도요. 그러기 위해 제 자신에게 투자하는 부분도 있고요. 지금은 모델 활동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제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움직여야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해요. '말하는대로'가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에요. 조금씩 쌓아가며 계속 배워 가야죠."
[모델 나재영.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