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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상류사회’의 극 초반부, 경제학 교수 장태준(박해일)은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집에 들어온 부인이자 미술관 부관장인 오수연(수애)은 “그 노래는 금지곡”이라고 알려준다. 언뜻 심심해 보이는 이 장면은 ‘상류사회’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 부부가 ‘금지됐던 욕망’을 봉인해제하고 신분상승을 위해 욕망의 폭주를 시작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대목이다.
우연한 기회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태준은 민국당의 공천을 받아 촉망받는 정치신인으로 급부상하고, 수연은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 애쓴다. 그러나 수연의 미술품 거래와 태준의 선거 출마 뒤에 미래그룹과 민국당의 어두운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부부는 상류층 진입 기회를 눈 앞에 두고 위기에 처한다.
‘상류사회’는 ‘욕망의 성’에 갇힌 한국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과감하고 강렬한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여기서 ‘성’은 최상류층의 성(城)이면서, 불륜의 성(性)이다. 밀폐돼 있던 최상류층의 내부가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 영화는 인기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백악관을 차지하기 위해 욕망을 불태우는 언더우드 부부의 캐릭터가 ‘내부자들’의 상황 속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내부자들’이정치-조폭-언론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다뤘다면, ‘상류사회’는 정치-재벌-미술계의 복잡한 커넥션을 그린다.
금지된 욕망이 발화되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다가 예기치 않은 덫에 걸려 한 순간에 추락하는 과정이 빠른 전개로 펼쳐진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 몰렸다가 자신들의 욕망을 장렬하게 불태우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곳곳에 심어놓은 블랙유머는 재벌의 실상과 허상을 냉소적으로 꼬집는다. 다소 과해 보이는 노출신 등은 가진 자들이 품고 있는 욕망의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박해일과 수애의 연기 시너지도 기대 이상이다. 박해일이 욕망의 한 가운데로 끌려 들어가다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수애는 고삐가 풀린 채 빨려 들어가며 가속페달을 밟는 인물이다. 욕망의 분출자들은 모든 것이 산화된 뒤에 무엇을 깨달았을까. 그들의 얼굴이 변화하는 모습은 ‘상류사회’가 던지는 질문이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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