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평균자책점 3점대를 유지하는 토종투수가 사라질 위기다.
KIA 에이스 양현종이 3일 대구 삼성전서 3이닝 7피안타(2피홈런) 4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3회 갑자기 흔들렸다. 이원석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맞는 순간 옆구리에 통증을 호소했다. 평균자책점이 3.97서 4.15로 치솟았다.
양현종마저 3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지 못하면서 4일 현재 KBO리그에 규정이닝을 채운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 토종투수가 완전히 사라졌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인 외국인투수도 5명(두산 조쉬 린드블럼-2.88, LG 타일러 윌슨-3.07, LG 헨리 소사-3.52, 두산 세스 후랭코프-3.74, 넥센 제이크 브리검-3.87)에 불과하다.
작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10명이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토종투수도 4명(두산 장원준-3.14, LG 차우찬-3.43, 양현종-3.44, 롯데 박세웅-3.68)이었다. 그만큼 올 시즌 리그 전체적으로 토종 선발투수들이 수난을 겪는다.
21세기 들어 매 시즌 최소 1명 이상 규정이닝을 채운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 토종투수가 있었다. 2000년대는 물론, 2010년대 초반만 해도 평균자책점 2점대 토종투수도 심심찮게 있었다. 그러나 이젠 3점대를 유지하기만 해도 평균자책점 상위권에 들어온다.
정규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그러나 양현종은 부상으로 향후 행보가 불투명하다. 4.23의 박종훈(SK)이나 4.69의 한현희(넥센)가 3점대로 평균자책점을 낮추는걸 기대하기엔 남은 경기가 많지 않다.
물론 이용찬(두산, 136⅓이닝-평균자책점 3.63)이나 최원태(넥센, 134⅓이닝-평균자책점 3.95)가 시즌 막판 극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면 올 시즌에도 평균자책점 3점대 토종투수 명맥을 이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팔꿈치 염증에서 회복한 최원태는 잔여경기서 선발등판이 쉽지 않다. 이용찬은 잔여경기서 한 차례 정도 등판할 경우 7⅔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잘 던져야 한다. 심지어 평균자책점 2.65의 김광현(SK, 129이닝)이 규정이닝을 채울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래저래 규정이닝을 채운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 토종투수가 배출되지 않을 위기다.
KBO리그 타고투저, 투타 언밸런스가 시즌을 거듭할수록 심화된다.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에는 장원준(두산), 윤성환(삼성) 등 KBO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투수들이 나란히 부진 및 부상으로 고개를 숙였다. 작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서 좋은 활약을 펼친 박세웅, 임기영(KIA) 등 영건들도 올 시즌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KBO리그에 파워와 기술 업그레이드로 무장한 타자들을 압도할 토종 선발투수가 거의 없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한다. 수년 전부터 지적됐다. 대부분 구단이 한정된 투수 자원으로 144경기를 버티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경기수나 일정을 조정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당장 투수 인프라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이젠 한국야구 구성원들이 국내투수 경쟁력 향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세울 때가 됐다. 외국인 선발투수 의존도가 점점 커지는 현실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규정이닝을 채운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 토종투수 전멸 위기. 한국야구의 어두운 그늘이다.
[KBO리그 경기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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