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구리리틀-인창중-야탑고. 이는 오재일(두산 베어스)의 프로필이기도, 윤석민(KIA 타이거즈)의 프로필이기도 하다.
1986년생인 이들은 나란히 2005년 KBO리그에 입성했다. 윤석민은 KIA 타이거즈에 1라운드(전체 6순위), 오재일은 현대 유니콘스에 3라운드(전체 24순위) 지명을 받았다.
-윤석민과 고등학교 동창이다
"초, 중, 고 동창이예요(초등학교는 다르지만 구리 리틀 야구단에서 함께 생활). 워낙 친하기도 하고 야구도 같이 시작해서 초, 중때는 많이 싸웠어요. 많이 싸우고 그랬는데 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가깝게 못 지냈어요. 싸웠다는게 아니라 (윤)석민이는 투수고 저는 야수니까.…. 초, 중 때는 따로 운동하는게 없고 같이 하니까 친하게 지냈어요. 고등학교 때는 밖에서는 친했는데 운동장에서는 따로 지내다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프로와서는 연락도 자주하고 그래요"
-윤석민이 WBC를 통해 이름을 많이 알렸다. 부럽거나 그런 것은 없는지?
"같은 타자가 아니라서 부러운건 없고 친한친구니까 잘되면 좋죠"
-전화통화 때 어떤 이야기 하는지?
"얼마 전에는 전화와가지고 자기 볼 칠 수 있냐고…. 석민이 공은 하도 많이 봐서 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요즘 너무 좋아서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청백전 때는 그냥 쉽게 쳤거든요. 그 때는 쉬웠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석민이가 전화해서 장난으로 그래요. '넌 내 볼 못친다고, 옛날이랑 다르다'고"
위는 9년 전인 2009년 오재일의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 내용에서 보면 알 수 있듯 당시만 해도 오재일과 윤석민의 입지는 극과 극이었다. 오재일은 1군에서 딱 1경기를 뛴 이후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2009년 43경기에 뛰며 입지를 넓혔지만 결과는 타율 .197 4타점 4득점이 전부였다. 지금은 잠실구장에서도 30홈런 가까이 치는 오재일이지만 넥센에서 뛴 2011년까지는 통산 홈런 2개가 전부였다.
반면 윤석민은 프로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첫 시즌 53경기에 나서 3승 4패 7세이브를 기록했다. 2007년에는 평균자책점 3.78에도 7승 18패에 머무르며 '불운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이듬해 14승(2위) 5패 평균자책점 2.33(1위)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투수로 떠올랐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도 선발됐다.
그 후 9년. 오재일은 두산 주축 타자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2016년 타율 .316 27홈런 92타점, 2017년 타율 .306 26홈런 89타점을 올렸다. 올시즌에는 중반까지 극심한 부진을 이어갔지만 어느새 타율 .283 26홈런 78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바꿨다.
메이저리거 꿈을 품고 미국에 진출하기도 했던 윤석민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올시즌 1군 무대에 많이 나서고 있지만 성적은 26경기 8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7.04. 소속팀 KIA의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지만 예전에 보여준 강력한 구위와는 거리가 있다.
7일 잠실구장. 윤석민은 연장 10회 박건우에게 끝내기 3점 홈런을 내주고 씁쓸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오재일은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9년 전만 해도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지만 시간은 이들의 입지를 확 바꿔놨다.
[KIA 윤석민(왼쪽)과 두산 오재일.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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