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승수와 평균자책점의 부조화다.
유희관(두산 베어스)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⅔이닝 8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0승(10패)째를 챙겼다.
이로써 유희관은 2013년 이후 6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했다. KBO리그 역사상 9번째다.
10승은 수준급 선발투수의 상징과도 같은 숫자다. 물론 투수의 능력을 더 잘 알 수 있는 수치는 평균자책점이지만 승수 역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의 타고투저 흐름은 바뀔 줄 모른다. 올해 리그 평균 타율 .286는 지난해와 같은 기록이며 홈런은 1739개를 기록, 이미 지난해 1547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한 때는 3점대 평균자책점은 돼야 수준급 투수로 평가 받았지만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3점대 평균자책점은 단 5명 뿐이다. 전부 외국인 투수 몫이다. 국내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는 양현종(KIA 타이거즈)으로 4.15다.
이로 인해 '6점대 평균자책점 10승 투수'들이 등장했다. 사실상 시즌을 마친 차우찬의 경우 12승 10패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6.09에 이른다. 그나마도 8월 10일 한 때 6.97까지 올라갔던 수치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차우찬의 평균자책점도 유희관에 비하면 준수해 보인다. 2013~2017시즌까지 5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는 동안 유희관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53, 4.42, 3.94, 4.41, 4.53이었다. 수준급까지는 아니었지만 4.50이면 6이닝 3자책, 선발투수로서 제 역할을 한 기록이었다.
올해는 상대 타자와의 대결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한 때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그래도 6월까지 단 2승에 그쳤던 유희관은 7월 이후 승수를 착실히 쌓았고 올해도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다.
문제는 평균자책점. 5월초 8.64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쉽사리 내려가지 않았다. 9월 27일 한화전에서 5이닝 8실점(6자책)하며 6점대에서 다시 7점대가 되기도 했다.
12일 NC전 등판 전까지 평균자책점 6.90을 기록한 유희관은 마지막 등판에서 6⅔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며 3전 4기 끝에 10승 투수에 등극했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단 0.20 내려가는데 그쳤다. 유희관에게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마지막 등판 호투로 7점대 평균자책점 10승 투수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7점대까지 치솟지는 않았지만 이로써 유희관은 KBO리그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10승 투수가 됐다. 이전까지는 1999년 곽현희(당시 해태)가 기록한 6.15였다. 당시 곽현희는 선발승 9승, 구원승 2승 등 11승(11패 4세이브)을 챙겼다.
6점대 평균자책점 10승 투수 후보는 임찬규도 있다. 임찬규는 12일까지 11승 11패 평균자책점 5.89를 기록했다. 임찬규는 13일 SK 와이번스와의 최종전에 선발로 등판한다.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10실점을 해도 평균자책점 6.53이 돼 유희관의 기록을 넘을 일은 없지만 투구결과에 따라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6점대 평균자책점으로 10승을 거뒀거나 가능한 투수 3명 모두 가장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점이다.
한편, 승수를 제외하고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1982년 김동철(당시 삼미)로 7.06을 기록한 바 있다. 김동철은 1승 9패 1세이브를 챙겼다. 규정이닝의 70% 이상을 던진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은 2014년 노경은(당시 두산)으로 9.03을 기록했다. 109⅔이닝 110자책(117실점).
▲ 역대 최악의 평균자책점 10승 투수
2018년 유희관(두산) 6.70 (10승 10패)
1999년 곽현희(해태) 6.15 (11승 11패)
2018년 차우찬(LG) 6.09 (12승 10패)
2014년 셰인 유먼(롯데) 5.93 (12승 10패)
2018년 임찬규(LG) 5.89 (11승 11패, 진행 중)
2015년 장원삼(삼성) 5.80 (10승 9패)
1999년 김진웅(삼성) 5.40 (11승 13패)
2010년 애드리안 번사이드(넥센) 5.34 (10승 10패)
1985년 장명부(삼미) 5.30 (11승 25패)
2016년 조쉬 린드블럼(롯데) 5.28 (10승 13패)
[두산 유희관.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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