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박지수가 WNBA를 경험했다."
내달 3일 개막하는 2018-2019시즌 여자프로농구. 변수가 많다. 외국선수를 1명만 보유한다. 그리고 2쿼터는 국내선수만으로 진행한다. 외국선수의 체력 및 파울 관리, 부상 예방, 국내선수들의 팀 공헌이 상당히 중요하다.
특급센터 박지수를 보유한 KB의 강세가 예상된다. 감독들은 29일 개막 미디어데이서 일제히 KB를 우승후보 1순위로 지목했다. 통합 7연패를 노리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조차 박지수의 WNBA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결국 올 시즌 진정한 변수는 박지수다. 외국선수 비중이 확 줄어들면서 박지수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핵심은 나머지 5개 구단이 박지수를 제어할 수 있느냐다. 이미 우리은행을 제외한 타 구단들은 외국선수 영향력이 큰 지난 두 시즌에도 박지수를 확실하게 잡지 못했다.
박지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진화하기 때문이다. 성장폭이 눈에 확연히 보인다. 신인왕을 따낸 2016-2017시즌에 비해 2017-2018시즌에는 향상된 파워와 몸 밸런스에 의한 몸싸움 적응력, 중거리슛 정확도가 상당히 좋아졌다. 선수 기량의 애버리지가 전반적으로 정체된 WKBL 특성상 우리은행을 제외한 4개 구단은 박지수를 전혀 막지 못했다.
우리은행조차 박지수를 잡는 게 버겁다고 말한다. 위성우 감독은 지난 시즌 몇 차례 "박지수가 앞으로 더 무서워진다. 막기 힘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위 감독은 지난 3월 챔피언결정전서 박지수의 짧은 슛거리와 비교적 단조로운 공격루트를 간파, 최대한 외곽으로 밀어내며 박지수 위력을 최소화,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위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대처와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 등 주축들의 농구단수가 높은 덕분에 KB 더블포스트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박지수는 올 시즌 또 다시 성장을 예고했다. 지난 봄, 여름 WNBA 라스베가스 소속으로 풀 시즌을 뛰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테네리페 여자농구월드컵서 실질적인 대표팀 에이스였다.한 마디로 농구 스펙트럼이 넓어질 조짐이다.
박지수는 라스베가스에서 그동안 전혀 경험하지 못한 농구를 했다. 4번을 소화하면서 내, 외곽의 폭넓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포스트업보다 미드레인지에서 슛을 던지거나 컷인한 뒤 에이자 윌슨 등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골밑에서 마무리하는 패턴이 많았다. 수비 역시 자신보다 작은 선수들과 매치업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보다 스피드, 파워 모두 좋은 4번을 맡았다.
박지수는 "미국에선 나보다 빠르고 힘 좋은 상대만 상대했다. 많이 배웠다.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생각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많았다. 아쉬운 패배도 잦았다. 박지수는 "한국에선 그럴 때 표정으로 보일 때가 있었는데 컨트롤 하는 방법도 배웠다"라고 밝혔다.
WNBA 경험이 올 시즌 박지수를 어떻게 업그레이드 할지 지켜봐야 한다. 분명 이전에 비해 역할의 폭을 넓혔다. 당장 공격루트의 다양화는 어려울지 몰라도 수비에서의 디테일 향상은 기대해볼 만하다. WKBL에서 부딪힐 상대는 WNBA보다 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WNBA서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며 어떤 상황서도 흔들리지 않는 맷집을 길렀다. 그리고 WNBA서 백업으로 뛴 뒤 대표팀에서 소속팀만큼 훈련량이 많지 않아 경기력 발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실전서 응집력을 발휘하는 노하우를 길렀다.
KB는 박지수가 9월 말 대표팀 일정을 완전히 마치고 돌아왔음에도 이달 초 일본 전지훈련에 제외했다. 그동안 쌓인 피로에서 벗어나라는 배려. 박지수는 "열흘 정도 집에서 푹 쉬었다. 이제 다시 운동량을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박지수가 또 얼마나 성장할까. 분명 다른 5개 구단이 박지수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농구내공이 좋은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모인 우리은행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하지만, 박지수가 성장할수록 부담스러운 건 5개 구단이다.
박지수 농구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부분이 실전서 어느 정도 구현되느냐, 그것을 5개 구단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한 마디로 박지수는 현 시점에서 예측 불가능한 존재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정규시즌)MVP"라고 말했다.
[박지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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