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8개.
LG 김종규는 6일 DB전까지 경기당 평균 1.8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벤 음발라(삼성)와 함께 리그 공동 1위. 커리어 통산 블록슛은 단 0.9개. 올 시즌 약 2배 정도 증가했다. LG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207cm의 신장과 넓은 윙스팬. 심지어 순발력과 기동력도 토종빅맨 최상위급이다. 한 마디로 축복 받은 하드웨어와 운동능력을 동시에 보유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블록슛 능력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신장이 크고, 팔이 길면 블록슛에 유리하다. 그러나 신체조건이 좋다고 무조건 블록슛을 잘 하는 건 아니다. 공격수의 슛 타점, 슛을 던지는 타이밍 등을 정확하게 캐치해야 한다. 자신의 공격수를 버리고 슛을 던지려고 하는 공격수를 막으러 가는 타이밍 역시 좋아야 한다. 블록슛은 화려해 보여도 절대 쉽지 않은 기술이다.
김종규는 3월 말 발목 수술을 받았다. 대표팀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았다. 대신 충실히 재활에 임했다. 시즌을 앞두고 서서히 몸을 만들면서 전략적으로 수비력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 그 산물 중 하나가 블록슛 수치 향상이다.
김종규는 "비 시즌에 수술과 재활을 하느라 공격력을 끌어올릴 시간은 없었다. 대신 수비를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 내 작은 선수들과 함께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하면서 좋아졌다"라고 덧붙였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블록슛 타이밍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준비가 뒤따랐다. 김종규는 "선수들끼리는 물론, 김영만, 박재헌, 강혁 코치님과도 블록슛 타이밍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블록슛 타이밍에 대해 조언을 받았고,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장신 외국선수의 2m 신장제한으로 김종규의 블록슛 능력 향상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김종규의 노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래서 11월 29일, 12월 2일 FIBA 중국남자월드컵 아시아예선이 김종규 블록슛 능력 향상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김종규는 DB전서 단 1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그러나 LG는 올 시즌 김종규의 블록슛 개수 증가 그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김종규가 골밑에서 공격수의 슛 타이밍에 맞춰 정확히 뜨면 그 자체로 상대 공격의 확률이 떨어진다.
현주엽 감독은 "종규가 안쪽에서 떠주기 때문에(블록슛으로 기록되지 않아도) 공격수가 공을 흘리거나 슛을 던져도 림에서 돌아나가는 경우가 많다. 골밑에서 그 정도 수비력을 유지해주면 외곽수비도 편해진다. 3점슛을 쏘는 선수에게 바짝 붙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LG는 수년간 수비조직력에 아쉬움이 있었다. 올 시즌 역시 김종규-제임스 메이스 더블포스트, 개인기량이 좋은 조쉬 그레이와 김시래, 유병훈, 강병현 등이 지원하는 화력이 가장 눈에 띈다. 그러나 김종규의 블록슛 능력이 좋아지면서, 다른 선수들이 온전히 외곽수비에 집중할 수 있다. 수비력이 돋보이지 않는 메이스의 약점까지 절묘하게 메운다.
즉, 김종규가 림 보호능력에 눈을 뜨면서 LG 수비조직력에 안정감이 생기는 장점이 있다. 훌륭한 팀 공격력과 조화를 이루면서 전체적인 경기내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시즌 초반 LG가 6승4패, 2위로 순항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물론 김종규도 장기적으로는 포스트업 능력의 향상, 1대1 공격루트의 증가 등 공격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농구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당장 블록슛 증가만으로도 LG에 큰 보탬이 된다. 한 농구관계자는 "김종규는 키도 크고 팔도 길어서 점프만 해도 위협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종규.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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