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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다작요정’ 조우진은 매 작품마다 연기변신이다. 비슷비슷한 캐릭터로 다작하느라 이미지가 소진돼 피로감을 유발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그는 찍는 영화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영화 ‘내부자들’ ‘보안관’ ‘브이아이피’ ‘더 킹’ ‘남한산성’ ‘강철비’ ‘창궐’, 드라마 ‘38사 기동대’ ‘도깨비’ ‘시카고 타자기’ ‘미스터 션샤인’ 등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전작 ‘창궐’에 정의감에 불타는 조선시대 충신을 연기하더니 ‘국가부도의 날’에선 국민이 고통을 느끼건 말건 제 잇속을 먼저 챙기려는 재정국 차관 캐릭터를 연기했다. 12월 개봉하는 ‘마약왕’에서 무시무시한 조폭의 보스로 나온다.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많은 작품을) 해내야죠. 초심을 지키면서 주어진대로 받아들이자는 생각이예요. 작품과 배역에 목말랐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때를 위해서라도 힘들어하면 안되죠.”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우진이 연기하는 재정국 차관은 경제 위기 속 새로운 판을 짜는 인물이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컨트롤 타워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과 날선 대립각을 세운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는 가이드라인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어느 정도 에드리브는 허용해 주셨죠. 극중에서 한시현을 상대로 여성을 비하하는 수위가 센 발언을 해요. 가만히 듣고 있던 박진주 배우가 분을 참지 못하고 쩌렁쩌렁 소리를 지를 때, 저는 ‘커피나 타오지 그래’라고 해요. 그 시점에 커피 이야기를 하면 더 분노를 유발할 것 같았거든요.”
극중 재정국 차관은 엘리트 코스를 밟고 요직에 오른 인물. 국가 부도 위기가 닥쳤는데 피도 눈물도 없이 제 살 길을 찾아 나선다. 그 시대 그런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라면 더 잘 되기 위한 욕망을 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우진은 연기할 때 주변 지인의 특성을 참고한다. ‘내부자들’의 조상무, ‘도깨비’의 김비서가 대표적이다. 그는 평소 관찰했던 인물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놓는다. 3~4년전에 만났던 고위 공무원들의 행동을 메모해 놓았다가 이번에 써 먹었다.
“3명의 특성을 결합시켰어요. 각각 생김새, 말투, 행동을 따 와서 제 나름대로 소화를 한 거죠. 그 분들이 제 연기에서 자신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저로선 기분이 좋겠죠(웃음).”
그는 1997년 IMF 당시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레코드점에서 오래 일했다. 덕분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광팬이 됐다. 사춘기가 그 시절에 찾아왔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고민한 끝에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는 유해진과 함께 ‘전투’를 촬영 중이다.
“어떤 배역이 들어오건 최선을 다 해야죠.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어요.”
[사진 제공 = 영화사 집]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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